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 직장인 배상수씨는 내년 3월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대출을 연장하려면 기존 일시상환 대출에서 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자만 한달에 40만원씩 갚아왔는데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면 원금도 동시에 갚아야 해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 금리인상으로 은행 대출 금리가 앞으로 크게 뛸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는 대출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46조5000억원 수준이다. 오는 2018년에는 21조2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만기가 끝난다.
연 3%대 금리로 1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일시상환으로 이자만 갚을 때는 월 상환액이 30만원 내외다. 하지만 1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로 하면 이자에 매월 약 80만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해지게 된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게 되면 월 10만원 안팎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배상수씨는 "대출을 다시 받아야 하는 시기에 금리가 오르고 은행에서도 분할상환 대출을 권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면서 "소득은 그대로인데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미 연준이 최대 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연준이 2~3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와 거의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한국과 미국간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노리고 들어왔던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은 역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도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 고정금리를 선택하기보다 향후 금리 추세를 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올라도 한국 금리가 곧바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고정금리로 받을 필요는 없다"며 "상대적으로 이자가 저렴한 변동금리를 받았다가 상황을 보고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대출자의 경우 대출을 받은 시기에 따라 금리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여부를 정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