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대한민국은 건국과 정부수립 70주년을 2년여 앞둔 2016년 12월 극한 위기에 처했다. 바로 대통령 탄핵 시기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국정이 비정상화의 국면을 맞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갈등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파열음은 보수와 개혁, 빈부를 포함해 전 계층을 망라한다는 지적이다.
2011년 빈부 격차 및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하며 일어난 미국 '월가 시위' 등 세계적인 양상과도 일부 유사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대개혁이란 근본적 대수술이 필요하단 점에서 차이가 크다. 국민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힘을 모아 지금의 분열을 딛고,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사회원로들은 목소리를 낸다.
6선의 김상현 전 국회의원은 "1987년 체제 이후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체제를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즉 협치와 자율, 공유(가 중요한 게) 아닌가. (각 세력 주체들이)자기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민의(民意) 중심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 뚜렷한 격차가 드러난다. 이를 야기하는 기준은 돈과 재산으로 나뉜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금수저·흙수저 논란으로 대변되는 '부의 세습' 등에서 보여지듯이 살아생전 제몫을 챙기고 우선시하려는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간한 '한국형 사회갈등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간층 규모는 1990년대와 비교해 낮고 2000년대 초반에 비해서도 줄어들었다. 연도별 중산층은 1990년 75.4%, 2000년 71.7%, 2012년 69.1% 수준으로 전반적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용역업체 측은 사회계층 간 갈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우리사회 불평등 양상이 사회체계의 복잡성에 비례하고, 그 기초에는 권력이나 제화와 같은 정치경제적 요소가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을 위한 핵심의제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불화를 세대간 갈등으로 쉽게 치환해서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태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는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속적 정부교체와 민주정부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념적, 사회경제적 갈등은 점점 심화됐다"면서 "갈등의 제도화를 통한 사회·인간문제의 해결 수준도 더욱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위기상황이 그동안 숱한 정치·정부·행정·노동·교육 등 개혁의 노력들이 지극히 부분적으로만 효과가 있었거나, 또는 실패했음을 증거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제도와 권력의 중심인 대통령 권력 및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손질이 국가·민생·정치의 체질개선이 출발이자 귀결이라고 요약한다.
학계에서도 일관되게 제언한다. 심재철 고려대 교수(전 한국언론학회장)는 "점점 촛불은 거대한 물결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법과 여론 그리고 국민정서를 존중해야 한다"며 "국회는 민의를 수렴하고, 정부는 국민정서가 올바르게 형성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대에 반영되고 있는 구태 정치·경제모델을 문제점으로 꼽은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전히 정치인들은 박정희 시대를 떠올리며 지금도 유효한 것처럼 여기고, 경제분야도 국가에서 정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올바른 민주주의 시스템이 가동될 때 절망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상흔에 대처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