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과 '가계부채 폭발'
미 금리인상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은 수없이 많겠지만, 이 두 단어만으로도 압박감이 여타 다른 하방리스크와 비할 바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 금리인상 영향이 복잡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상·하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경제 상황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금리상승에 따라 해외 투자가들은 국내 혹은 신흥국에 투자한 자본을 자국이나 금리와 안정성이 높은 금융시장에 다시 투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저금리 기조하에 우리나라와 신흥국에 유입됐던 미국 등 선진국의 자금이 급격히 유출돼 충격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개월 후 3조원이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의 1차 금리 인상 시기에는 3개월간 6조334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달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조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셀코리아'로 돌아선 상황이다.
또한 외국인은 상장채권시장에서 11월 한달간 1조7890억원을 순유출해 4개월째 순유출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 채권 보유액은 89조8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외국인 보유 채권 평가액이 9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 1300조원 넘어 한계점 다다른 가계부채…금리 인상 시 폭발
이미 한계점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데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가파르기만하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04조6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8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10월 증가액(7조5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많은 수치로, 올들어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작년 10월(9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증가 폭이며 11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가계대출에 판매신용, 금융이자를 더한 가계부채는 지난 9월말 기준 1295조8000억원으로 10월과 11월의 가계대출만 합쳐도 이미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가계부채 총액을 작년 말(1203조992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증가액은 이미 100조이나 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가계부채의 70%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채무부담은 연간 2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운영되는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가중치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경제전문가는 "만약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역시 오른다면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부담은 소비위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 정부, 재정 역할 강조하며 시장 안정에 주력
정부는 재정역할을 강조하며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받아낼 수 있도록 내부 다지기에 나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일자리와 민생 관련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이 새해 첫날부터 바로 집행되도록 하겠다"며 "조기 집행이 가능한 민생안정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올해내로 사업공고를 하는 등 집행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김영란법(청탁금지법)과 관련 “오늘 오전 열린 장관회의에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소비 위축 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는 "금리가 인상된다고 해서 바로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일어나기보다 계속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한국경제가 충격을 받아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