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선 "비즈니스 행정부의 완성"

2016-12-14 15:42
  • 글자크기 설정

기업인 위주 인선…"아마추어 등용" 비판도

외교·안보에선 반중국·친러시아 '판 흔들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웨스트앨리스 집회에서 미소짓는 모습.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내각 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15개 부처장관 가운데 국무·국방·재무장관 등 13개 부처장관 지명자의 인선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 "비즈니스 행정부 지향"…"국정경험 없는 아마추어 등용" 비판도
이번 내각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갑부들의 정계 진출이다. 현재 등용된 이들의 재산만 합쳐도 모두 140억달러에 달한다고 마켓 워치는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트럼프 인선을 두고 "억만장자들의 내각"이라면서 "트럼프는 기득권에 저항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미국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 엑손 모빌 CEO를 발탁한 것이다. 전세계적 기업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국정 운영 경험이 없다는 것과 사업상 러시아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틸러슨 기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산업 분야는 월스트리트의 손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브 므누신은 재무장관에,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대표를 지낸 윌버 로스는 상무장관, NEC위원장에 개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이 낙점됐다.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역시 골드만삭스 인수합병 전문가 출신인 스티브 배넌 등이 맡게됐다. 

유세기간 내내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투자은행들을 미국의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기득권 세력이라며 비난했던 트럼프의 입장과는 대치되는 인사다.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인사는 월가를 규제하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각 부처의 지향점과는 반대되는 인물을 앉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내정한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은 대표적 환경 규제의 반대론자다. 노동장관으로 발탁된 패스트푸드 기업 CKE레스토랑 최고경영자 앤두르 퍼즈더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반노동 인사로 꼽힌다. 교육장관에 임명된 벳시 디보스도 공립 학교에 대한 지원을 줄일 것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내각에 임명된 이들은 행정부처의 목표와 명백한 갈등을 일으키는 이들이다"라고 지적했다.

마켓 와치는 "이번 인선은 트럼프 정부가 지향하는 바가 비즈니스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의 리처드 롱워스는 시카고 트리뷴의 기고문을 통해 "비즈니스와 정치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라면서 "트럼프는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를 등용했다"고 비난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틸러슨 국무장관,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장관,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사진=AP=연합 ]


◆ '중국 흔들고 러시아 붙잡고'…미국 외교안보 대격변 예고 

안보 총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방장관, 국토안보장관 등 국내·외 안보라인은 강경 퇴역 장성들이 장악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3성 장군 출신으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북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다. 국방장관에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 역시 ‘매드독’(Mad Dogㆍ미친개)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경 원칙주의자다. 국토안보장관에 지명된 존 F. 켈리는 해병대 장성출신으로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에 반대하는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인물이다.

이같은 군인 출신 기용은 안보라인에 있어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강경하게 밀고나갈 것이라는 신호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미국에 있어서 최대 도전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뒤집었다"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흔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일부러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국무장관에 친러시아 성향인 틸러슨을 기용한 것도 기존과는 다른 균형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는 대신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외교적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인선에서는 백인의 장악도 두드러진다. 백악관 고위직까지 포함하면 임명이 완료된 17명 가운데 13명이 백인이며, 히스패닉은 한 명도 없다. 특히 국무·국방·법무·경제 등 핵심 장관 4인방이 모두 백인 남성으로만 이뤄진 것은 조지 H.W. 부시 초대내각이 출범한 1989년 이후 처음이라고 CNN은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