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문 남자 신인상의 영광을 차지한지 꼬박 1년. 신인상 수상자에 맞는 행보로 올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 중인 개그맨 이세진.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1대 1’ 코너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이병헌 캐릭터를 오마주한 ‘이병원’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길거리를 지나가도 알아볼 만큼 ‘개그콘서트’의 대표 개그맨으로 자리 매김한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브라운관에 비쳐진 유쾌함 그대로다. 인기를 실감 하냐는 첫 질문에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딜 가도 알아볼 정도로 높아진 인지도가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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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그콘서트’의 ‘쇼미더뭐니’ 속에서 이세진은 신인 답지 않은 능숙한 언어 유희 개그로 즐거움을 선사하며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는 그해 겨울, 신인상이라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영예를 품에 안겨줬다. 현재 ‘이병원’ 캐릭터 역시 그의 강점인 언어유희 개그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사실 제가 예전에 힙합 앨범을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랩이 라임이 있고 언어 유희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병원으로 그런 개그를 사용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말장난처럼 보일까봐 걱정하기도 했고, 또 아재개그 같다는 인식이 있을까봐 고민했는데 그걸 포장하기 위해 랩으로 트렌디하게 변형시켜서 아이디어를 짰더니 트렌디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병원 캐릭터도 그 연장선에서 탄생했습니다.”
코너 속 이세진이 연기하는 이병원은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했던 이병헌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라는 유명한 대사를 모티브로 했다.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던 이 대사를 개그적인 아이큐가 뛰어났던 이세진은 개그로 차용했던 것이다. 물론 매주 엉뚱한 단어 조합으로 관객들을 웃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보통은 제가 짜는데, 주변에 ‘이거 어때요?’ ‘재밌어요?’라고 물어보면 ‘재미있는데 이 단어를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아’라며 의견도 내주죠. 정말 신기한 게 단어 조합으로 하는 개그가 재미있을까 생각했는데 나오더라고요. (웃음) 물론,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포털사이트의 백과사전을 참고하기도 하죠.”
혼자서 아이디어를 짜는 개그라고는 하지만 사실 혼자서 그 많은 아이디어를 짜는 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이세진은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1대 1’을 비롯해, 최근 새롭게 시작한 코너 ‘나타나’를 통해 관객-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새 코너 역시 선배 개그맨의 배려에서 시작했다.
“‘나타나’ 코너를 하게 된 건 송영길 선배 덕분이었죠. 선배가 31기 후배들을 위해서 단체톡방에 ‘새 코너 짤 사람?’이라고 물어보셨고, 그때 저도 지원하고 31기 후배들도 다 하고 싶다고 지원하면서 시작했어요.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코너를 생각하다가 ‘나타나’라는 음악으로 개그를 짜면 재밌겠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만들게 된 코너에요. 31기 후배들의 개그를 볼 수 있는 코너로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반응도 나쁘지 않더라고요.(웃음)”
사실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후배, 동료들 모두 엄밀히 따지면 경쟁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세진이 말하는 ‘개그콘서트’는 달랐다. 선배는 후배를 끌어주고 후배는 선배를 믿고 손을 잡고 함께 민다. 그래서 다른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깊은 패밀리쉽이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저희 프로그램 최고의 강점은 바로 패밀리쉽인 것 같아요. 같이 아이디어를 회의하는 팀이 아니라도 옆 테이블에서 회의하는 내용이 들리면 선배들이 아이디어도 주시죠. 굉장히 사이가 끈끈한 것 같아요. 냉정하게 보면 경쟁자인데 방송에서 그 사람보다 더 웃겨야 하고 눈에 띄어야 하는데 웃긴 아이디어를 내주는 건 정말 가족같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그콘서트’는 그래서 좋아요. 저 역시도 선배, 후배들이 아이디어 회의하는 걸 보면 ‘이런 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는데 저도 보고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이세진의 데뷔는 2007년 SBS ‘웃찾사’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봤던 오디션에 합격해 개그맨을 시작했다.
“처음 ‘웃찾사’에서는 엑스트라, 단역이 전부였어요. MBC 특채도 하고 컬투 형님들께서 하시는 개그 극단에 있기도 했죠. 함께 방송을 하다가 SBS로 데뷔, MBC로 넘어갔는데 MBC에서 개그 코너가 없어지면서 다시 ‘웃찾사’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김재우 형님과 코너를 짜고 2주 정도 방송이 돼서 이제 자리를 잡고 개그를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때 ‘웃찾사’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때 ‘개그콘서트’ 말고는 모두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졌죠. 그래서 당시 SBS에서 함께 개그했던 서태훈과 함께 KBS 시험을 보기로 했죠. 그런데 태훈이는 붙고 저는 떨어졌어요.(웃음) 그리고 군대를 갔다오고 제대하자마자 바로 시험을 봤는데 운 좋게 합격하면서 2014년도에 KBS 29기 공채로 입사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는 태훈이가 정말 많이 도와줬죠.”
서태훈과는 대학시절 개그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지금은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개그 프로그램도 함께 짜기도 했고, 또 개그맨이라는 꿈을 이루기 전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 현재는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기도 하다.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그의 역할은 꽤 크다. 프로그램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책임감은 더 크다.
“저도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요. 딱 서른까지만 개그맨에 도전해보자고 했죠. 안되면 일이나 배워서 장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운 좋게 돼서 개그를 하고 있네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났는 게 더 잘되고 싶어요. 정말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책임감도 있는게, 지금 젊은 세대의 코미디언이 여기서 안주하면 다른 후배 개그맨들에게 더 보여줄 수 있는게 없잖아요. 누군가는 저를 보고 코미디언의 꿈을 키우기도 할 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책임감이 매우 커요.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기를 ‘너가 잘 돼야 한다’고 하세요. 욕심에 책임감까지 있죠. 지금보다 더 코미디가 부흥하게끔 제가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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