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클리는 모비스의 ‘효자 용병’ 역할을 톡톡히 해낸 복덩이였다. 모비스는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의 부상 탓에 지난달 4일 블레이클리를 일시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이후 블레이클리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블레이클리는 올 시즌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11경기에 출전해 평균 18점 9.8리바운드 5.4어시스트의 좋은 성적을 냈다. 주전 가드 양동근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센터 이종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하위권에 머물던 모비스도 블레이클리 합류 후 7승4패의 성적을 내며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10일로 모비스와 계약 기간이 만료된 블레이클리의 주가도 치솟았다. 모비스도 밀러 대신 블레이클리의 완전 교체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타 구단들도 블레이클리에 눈독을 들였다. 모비스는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상 블레이클리의 완전 교체가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모비스보다 하위 순위의 팀이 동시에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하면 우선권은 하위팀이 갖는다.
결국 ‘만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키운 블레이클리는 팀을 떠나 KGC로 이적했다. KBL은 11일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복수의 구단이 제출했으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 순위 역순에 따라 인삼공사가 우선권을 갖게 됐다”고 발표했다.
블레이클리는 13일 부산 kt와 경기부터 KGC 유니폼을 입고 뛴다. KGC는 178cm의 단신 외국인 선수로 화려한 덩크슛을 뽐냈던 키퍼 사익스와는 결별한다.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KGC는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블레이클리의 합류로 양희종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블레이클리의 완젼 교체를 고려했던 모비스는 ‘남 좋은 일’만 한 셈이 됐다. 모비스는 부상에서 돌아온 밀러로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됐다. 모비스 구단 관계자는 “규정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타 구단이 전화 한 통만 미리 줘 영입 의사를 보였으면 우리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쟁탈전으로 인해 남은 시즌 구단간 팽팽한 신경전도 또 다른 흥밋거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창원 LG와 부산 kt가 노리던 외국인 선수 마리오 리틀도 테리코 화이트의 부상으로 서울 SK가 영입전에 갑자기 뛰어들며 우선권을 쥐어 헛물만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