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에만 열린 한솔그룹 '유리천장'… 남녀 평균 임금 격차도 커

2016-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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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여성비하' 광고로 논란이 된 한솔그룹이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로 인해 사내 여직원에 대한 대우도 온당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본지 12월9일자 한솔, ‘복사용지’ 브랜드 ‘한솔카피’ 광고 속 ‘여성비하 논란’)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은 오너 일가인 이인희 한솔 고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 등 단 2명에 그쳤으며, 남녀직원 간 평균임금 격차도 최대 1700만원을 기록한 계열사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며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여성인력 육성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제지업계도 여성의 진출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과거부터 이어져온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로 한솔이 쉽게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 고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왼쪽부터)


◆한솔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여성 임원은 오너일가만 이름 올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솔홀딩스를 비롯해 한솔제지, 한솔넥스지, 한솔인티큐브 등 한솔그룹 주요계열사들 가운데 여성임원은 ‘이인희 한솔 고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 등 2명 뿐이다.

이인희 고문은 현재의 한솔그룹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과거 전주제지의 고문을 역임하면서 삼성그룹의 제지사업을 물려받았다. 이후 삼성에서 전지제지를 분리해 독립경영을 선언하고 사명을 한솔제지로 바꾸면서 현재의 한솔그룹으로 키워냈다.

조연주 부사장은 이 고문의 장남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맏딸이다. 이 고문에게는 장손녀인 것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한솔케미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그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 등에서 근무하며 역량을 쌓아왔고 입사 1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 고문의 경영 DNA가 이어진 결과라는 호평도 잇따랐다.

하지만 이는 그룹 전체에서 봤을 때, 사실상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여성 전문가는 전무한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사내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만 하더라도 서류전형부터 시작해 실무, 임원면접 등의 전형을 거친다”라며 “능력은 뛰어나다고 하지만 우수한 지원자들이 수도 없이 떨어지는 것이 현재의 취업시장”이라고 토로했다.

여성 단체들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인사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그룹 내 소수인 여성 임원이 전부 오너 일가인 것은 사내 구성원들에게 특혜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며 “오너일가에 대한 파격적인 발탁은 가능하고 다른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면 분명한 이중 잣대일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솔그룹, 주요 계열사 ‘한솔제지’ 남녀 임금격차 갈수록 커져

한솔제지는 한솔그룹의 주요계열사였지만 남녀 임금격차는 가장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남성직원의 1인 평균급여는 4500만원인 반면 여성직원은 2800만원에 그쳤다.

또 전년 동기 대비 남성직원의 평균 임금은 오른 반면 여성은 변화가 없어 실질적으로 임금 삭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체 남성직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명 많은 778명으로 1인 평균임금도 4300만원에서 4500만원을 올랐다.

반면 여성직원도 전년 동기 대비 5명 많은 78명으로 집계됐지만 1인 평균임금은 1년 전과 동일한 2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한솔제지의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것에 대해 여성들의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솔제지의 경우 남녀근속 연수가 남성은 18년으로 여성(9년)의 2배에 달랬다. 그러나 남녀의 근속연수 차이가 3년에 불과한 한솔홀딩스도 남녀직원간 평균임금격차가 1500만원 이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근속연수만이 남녀간 임금격차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노동전문가는 “여성의 평균 임금이 적은 것은 신입이나 저연차 위주의 직원이 많고, 경력단절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사회구조를 해소해도 격차를 완전하게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이기에 적게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차별적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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