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국제유가 부양을 위한 감산 움직임에 비(非)OPEC 산유국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이 함께 행동에 나선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비OPEC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를 비롯하여 멕시코, 오만, 아제르바이잔 등 11개 국가들은 현지시간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과의 회담을 통해 일일 55만8000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이 약속한 감산량인 120만 배럴과 합치면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2%에 해당한다.
블룸버그는 OPEC의 감산에 이어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까지 나온 것은 사우디가 작정하고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시장 안정화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 생산량을 현재의 일일 1,100만 배럴에서 30만 배럴을 줄이기로 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동참으로 “취약한” 원유 시장을 관리를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의 탄생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국제 원유시장을 호령하던 사우디 주도의 OPEC은 미국 셰일유의 도전을 받고 저유가에 허덕이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으나 이번 비OPEC 산유국들과의 감산 합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콜롬비아대학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보르도프 연구원은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동참을 이끌어 낸 것은 OPEC, 특히 사우디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며 “사우디는 오랫동안 감산 부담을 여럿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고 말했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 제이콥 컨설턴트는 “국제 원유시장의 강자 러시아와 사우디 간 합의라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사건이다. 원유 시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새로운 지정학적 역학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9일 국제유가는 10일 회의를 앞둔 기대감 속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54.3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OPEC 합의 직전 배럴당 46달러에서 15% 이상 치솟은 것이다. 다만 유가 폭락이 시작되기 이전 2014년 중반 고점인 배럴당 115달러에는 여전히 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OPEC과 러시아의 감산 이행 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이번 합의가 장기적인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워싱턴 소재 컨설팅업체인 라피단그룹의 밥 맥낼리는 “유가 붕괴에 놀란 산유국들이 공동으로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합의에 이르렀다”며 “과거에도 이 같은 강제성이 없는 느슨한 합의로 산유국들은 일시적인 시장 랠리를 즐겼으나 결국에는 합의는 거짓이었다는 것이 증명됐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AR오일컨설팅의 아담 리치 애널리스트는 “심정적으로는 시장이 랠리를 펼칠 것 같지만 수급 문제뿐 아니라 지금까지 쌓여있는 막대한 재고를 감안하면 유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