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당분간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연말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는 매출 타격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업계 불황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나 세월호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기간 동안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이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보다 0.7%, 현대백화점은 1.2%씩 각각 떨어졌다. 백화점 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에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연말에는 성탄절 특수를 비롯해 고가의 겨울 의류가 실적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출 역신장은 겨울 정기세일을 15일 이상 편성한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살펴봐도 전월 대비 6.1포인트 하락한 95.8을 기록했다. 이는 7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직후에는 98.8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일 경우 비관적으로 판단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 전반이 불경기인 점을 감안해 할인행사의 폭을 늘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 연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 여러 정치적 악재가 겹쳐 백화점 입장에서는 올해 매출 목표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유통업계 매출 부진의 이유로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정치적 피로감을 꼽는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무거워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같은 현상이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소의 경제연구실 주원 이사는 “정치 판도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가계에서는 우선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울러 기업 역시 향후 경기 변동에 관한 정책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심리가 함께 냉각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