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헌법 개정 찬반 국민투표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한 지 2년 9개월 만에 총리직을 공식 사퇴했다.
현지 통신사 안사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렌치 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한 뒤 이탈리아 로마의 대통령궁을 찾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2월 22일 엔리코 레타 당시 총리를 끌어내리고 총리에 취임한 렌치 총리는 지난달 중순 취임 1000일을 넘기면서 역대 내각 중 네번째로 장수한 총리로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는 제2차 대전 종전 이후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정부가 63차례 바뀔 만큼 정치가 불안정하다.
총리의 사퇴로 이탈리아는 당분간 정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 굵직한 국제행사를 주도해야 하는 만큼 외교 공백이 장기화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유럽연합(EU)의 골자가 됐던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인 내년 3월에는 로마에서 EU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내년 5월에는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시칠리아 섬에서 G7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포퓰리즘 캠페인으로 반대를 견인했던 신흥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북부동맹 등은 즉각 총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은 내년 1월 24일 이후 일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선거법 이탈리쿰(Italicum)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리 예정돼 있는 탓이다. 주요 국제 행사를 앞둔 만큼 다수 정파가 참여하는 대연정 정부가 꾸려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마타렐라 대통령은 총리 공석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8일부터 주요 정당의 대표를 대통령궁으로 불러 차기 총리 인선에 관해 의견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렌치 총리의 뒤를 이을 후보로는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재경부 장관,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부 장관, 그라치아노 델리오 교통부 장관,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