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하면서 내년 신규 아파트 분양을 놓고 건설사들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청약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모두 급랭 분위기에 휩싸인 데다, 미국 금리인상 등 추가적인 악재가 곳곳에 산적해 있어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5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내년 전국 신규 아파트 분양 예상물량은 38만여가구로, 올해(45만4960가구)와 지난해(51만8015가구) 대비 각각 18%, 34%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시장 급랭 분위기에 따라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놓고 고심하면서 내년 분양물량이 기존 건설산업연구원 예상보다 10% 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동산시장은 11.3 대책 한 달이 지난 현재 청약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달 30일 대우건설이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파크 푸르지오’는 서울 도심권 아파트임에도 전용면적 112.8㎡가 1순위에서 미달돼 2순위에서 간신히 마감됐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와 삼성물산 ‘래미안 아트리치’도 청약경쟁률이 5대 1 수준으로, 11.3 대책 이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단지당 수백건에 달하던 분양권거래도 급감했다. 지난 달 서울 내 분양권 거래량은 446건으로, 전월(604건) 대비 약 26% 쪼그라들었다.
기존 주택시장 역시 2014년 12월 이후 2년 가까이 치솟던 서울 아파트값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송파(-0.21%)와 강동(-0.14%), 강남(-0.09%), 서초(-0.07%) 등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와 입주물량 및 미분양 증가, 집단대출규제 강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분양시점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이달 청약시장 등 분위기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지만, 올해 대비 분양물량을 크게 줄인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면서 “이제 우량 사업장보다는 사업성이 다소 낮은 물량이 주로 남아 있어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의 경우에는 여전히 수요가 있어 건설사들이 분양을 크게 미루지는 않겠으나,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기타 지방에서는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업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부동산시장을 둘러싸고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기 때문에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