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PEC은 지난달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일평균 산유량을 120만배럴 줄인 3250만배럴로 감산하기로 했다. OPEC이 감산에 합의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이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달러까지 오르며 전일대비 9.3% 상승했다.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오름폭이다.
OPEC 회원국들은 원유 가격 목표치를 배럴당 55~60달러대로 제시한 상태다. 시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55~70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년간 심리적 지지선인 50달러선이 붕괴되는 등 공급과잉이 있었던 유가가 정상화되면 원자재 수출국이 많은 신흥국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신흥국 증시가 이번 감산 합의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누그러져 자금 유입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대선 이후 지난달 신흥국 증시는 평균 4.9%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 수출국은 아니지만, 석유 관련 제품 가격 정상화에 따른 덕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강한 매도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이 반전된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올 6월 이후 5개월 연속 바이코리아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은 미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뺐다. 외국인은 지난달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29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매도 물량인 4495억원어치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주요 증권사는 이번 감산 결정으로 시차를 두고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겠으나 경기 호전에 따른 수요 증가가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정유 등 일부 업종에 수혜가 국한될 것으로 봤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좋아져 유가 수요가 증가한 것이 아닌 만큼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단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 전반적으로 볼 때 외국인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강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유 등 수혜 업종으로는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