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난세, 아니 아수라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만으로도 분노하기 벅찬 상황에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아웃사이더' '이단아' 등으로 평가됐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혼돈은 배가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악재의 불똥은 국내 출판계 일부에 '활황'·'특수'의 형태로 옮겨붙었다.
8년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강원국 씨가 두 대통령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을 풀어낸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는 지난 2014년 초 출간됐다. 지금까지 10만 부 넘게 팔리는 등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이 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유출 논란이 불거진 지난 10월 초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트럼프 관련 책도 마찬가지다.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온북) 'CEO 트럼프 성공을 품다'(베가북스) 등은 거의 팔리지 않거나 심지어 품절 상태였지만 '이변'이 연출된 뒤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출판계는 올해 아동·청소년 서적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갈수록 줄어드는 종이책 독자층을 감안하면, 최순실·트럼프 같은 '뜻하지 않은 특수'가 속으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씁쓸함은 남는다.
2017년은 대선이 있는 해다. 안 그래도 5년에 한 번씩 '정치'와 '정치인' '선거' 등을 다룬 책들은 서점가를 달구는데, 독자들은 벌써 '탄핵' '민주주의' '대통령'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을 들춰보고 있다.
출판계에서 "책이 잘 팔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반색할 일이지만, "어떤 책이 잘 팔리느냐"에 대한 대답은 우리 모두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