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하야도 퇴진도 없다”고 버티던 박근혜 대통령이 “차라리 탄핵을 하라”며 막장 배수진을 치고 ‘버티기’ 장기전에 돌입했다.
국민과 약속했던 검찰 수사도 거부하고, 국회추천총리 제안도 사실상 철회한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과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애초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해 직접 특검법 등을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근 검찰의 피의자 입건으로 파문이 확산하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검법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재가했다.
23일부터 발효되는 특검법에 따라 본격적인 특검 수사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부터는 가능하지만, ‘중립성’을 이유로 야당 추천 특검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결국 다음달 말이나 돼야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 이상 가량의 시간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 기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의 공소장을 기반으로 방어 법리를 갖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5명의 변호인단도 꾸렸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당분간 국정 전면 복귀 시계를 늦추며 ‘로우키’ 국정 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며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필사의 의지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공식 일정은 자제하면서도 외교·안보·경제 등 필요한 범위에서 국정을 챙겨갈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음 달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장기전으로 몰고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고, 고강도로 진행될 특검과 국정조사에선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대목 중 하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를 이끈 김 전 실장의 재임 기간에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상당 부분 불거졌다는 점에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직접 수사를 통해 추가 의혹이 드러나거나 박 대통령의 역할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무누이다.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과 달리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 씨를 만났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최씨 일가와 이미 30년 전에 알고 지냈다는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최씨 일가의 주치의격인 차움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월호 7시간’ 의혹도 박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뇌관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이 왜 그 날 관저에 있었는지, 왜 서면보고를 고수했는지는 생략했다.
JTBC는 21일 보도에서 세월호 참사 전후 당시 차움병원 의사였던 녹십자 아이메드 김상만 원장이 아닌 또다른 의사 2명이 박 대통령을 대리 진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일보는 22일 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최근 2년여 동안 태반주사·감초주사·마늘주사 등 2000여 만 원의 약품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및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박 대통령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갈수록 커져가는 의혹 속에서도 계속되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마이웨이 행보는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전 국민적 분노의 응집으로 오는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5차 촛불집회에는 최대 300만명의 인파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주최측인 퇴진행동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200만명에서 3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