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고구마 덩굴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지만 뿌리는 항상 땅밑에 단단히 내리고 있다. 중국도 고구마와 마찬가지다. 중국이 얼마나 발전해 나가든 중국은 아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아태 지역을 건설하고, 아태 지역을 이롭게 할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말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중국이 아태 지역에 뿌리를 두고 발전하면서 중국과 아태지역의 공동발전의 중요성을 고구마에 빗대 생동감 있게 이야기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2014년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신뢰구축 정상회의에서도 한 적이 있다. 당시 직접 고구마라는 단어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평화발전은 아시아에서 시작해, 아시아에 기대어, 아시아를 이롭게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외교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아시아 공동운명체(뿌리)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는 '고구마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공산당에서 발행하는 이론잡지 구시(求是)는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시각으로 대국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전략적 사고를 '고구마 이론'이라 칭하했다.
중국의 혁명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는 붉은 고구마를 좋아했다. 과거 마오는 "우리의 혁명은 고구마 껍질처럼 붉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구마의 붉은 껍질이 공산당의 불타는 혁명 정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중국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고구마 이야기도 유명하다. 덩이 1930년대 장시(江西)성 루이진(瑞金) 현 당서기로 있을 당시, 굶주린 인민들의 마음을 직접 헤아리고자 구황작물인 고구마로 배를 채웠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새 유난히 고구마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관련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캐도 끊임없이 엮어져 나오면서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는 마치 '비리의 수식어'로 전락한듯 하다. 공동운명체, 전략적사고, 혁명, 민생이 연상되는 중국의 고구마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