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일부 공무원들의 실적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섰다. 특히 각종 금융개혁이 산재해 있는 금융당국은 '기회는 이때다'라며 숫자 놀음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사잇돌2 대출 승인율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서민들을 위해 만든 사잇돌2 대출의 승인율이 3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출을 신청한 10명 가운데 3명이 혜택을 봤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주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바에 따르면 실제 대출자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을 부풀리는 '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저축은행 사잇돌 1·2 중금리 대출 현황 및 조정·보완 방안'을 발표했고, 사잇돌2 대출 승인율이 30.6%라고 밝혔었다.
사잇돌2 대출은 SGI보증보험에서 승인 받은 후 저축은행에서 개별적으로 심사를 한 번 더 한다. 때문에 SGI가 낸 승인율과 창구에서 나간 실행율 사이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금융위는 SGI보증보험의 승인율이 실제 실행율인 것처럼 발표했고 뒤늦게 들통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곧바로 실행율을 파악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승인율은) SGI가 승인을 해준 것을 기준으로 집계를 한 것이다"면서 "개별 금융회사에서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에서도 이미 사잇돌2의 실행율을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사잇돌 대출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금융위에 보고를 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SGI에서 관련 정보를 받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별로 (사잇돌2) 실적을 다 집계해서 금융위로 보내고 있다"면서 "발급건수, 보증건수 등 실적이 나오는 대로 금융위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명에게 몇 건 보증했는지 모두 나온다"고 덧붙였다.
개별 저축은행 역시 사잇돌2 대출 관련 정보를 SGI서울보증보험에 제공한다. SGI가 보증을 하고 있어서 최종적으로 대출을 내보내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SGI에서 대출을 승인한 후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한 건, 대출 금액을 줄여서 내보낸 건, 대출을 실행하지 않은 건까지 모두 SGI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SGI로부터) 자료를 받지 않는다"면서 "실행율에 대해서는 파악할 이유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SGI의 승인율부터 개별 저축은행의 실행율까지 모두 집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이를 몰랐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다.
그동안 금융위는 사잇돌2 대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해왔다. 금융위가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서 개별 저축은행에 승인율 발표를 자제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4일 이메일을 통해서 일선 저축은행에 사잇돌2 대출과 관련한 실적을 밝히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위가 의도적으로 20.6%인 실행율을 숨기고 10%포인트나 높은 SGI의 승인율 30.6%를 마치 실행율인양 발표한 데 있다.
특히 금융위는 사잇돌2 대출의 승인율인 30.6%가 은행과 저축은행의 자체 중금리 상품들의 승인율과 비교했을 때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A은행(37.3%), B은행(13.3%), C은행(31.4%), D은행(49.4%), E저축은행(24.5%), F저축은행(8.4%), G저축은행(19.7%) 등 여섯 곳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자체상품은 자체 승인이 끝나면 대출이 실행된다"면서 "SGI서울보증보험의 승인율과 자체상품의 승인율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위가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켜서 발표하는 저차원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잇돌2 대출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제도를 어떻게 정교화할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져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사잇돌2 대출의 승인 건수도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총 2만3503명에게 2325억원 규모의 사잇돌 대출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1만6704건(1820억원), 저축은행 5799건(505억원)으로 총 2만2503건의 대출이 나갔다. 금융위가 밝힌 2만3503명과 1000명 가량 차이가 난다.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이 87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88억원 가량의 수치가 부풀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