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날, 각 경제부처 수장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향후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이 같이 평했다.
불확실성의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지만 불안 심리 확대에 따른 경제 위축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크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10일 오전 경제현안점검회의, 한미재계회의 등에 참석해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전망하고,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이날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한 유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교역과 투자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와 결합해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금융‧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동향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한다. 관계기관 합동점검반도 차관급 태스크포스(TF)로 격상해 운영키로 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장점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주 장관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28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해 "한미 FTA가 체결된 2011년 이후 세계 교역규모는 10% 감소했지만, 양국 간 교역은 15%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미 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부정적 시각을 감안해서다.
주 장관은 "한미FTA 이후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면서 미국 내 고급일자리를 2011년 3만5000명에서 2015년 4만5000명으로 늘렸고, 앞으로도 교역확대와 고급일자리 창출하려면 양국 간 상호투자가 더욱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자료를 통해 "해외건설은 저유가와 이란 경제제재 가능성 등 부정적인 요인이 커질 수 있지만 미국 내 인프라투자가 확대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주택시장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뜻도 내비쳤다.
전날 긴급회의를 열었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미 대선 결과가 국내 농·축·수산물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 부처는 다만 금융 분야의 혼란이 농·축·수산물 등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 예상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미국의 경우 국내 수산물의 시장 점유율이 1~1.5%에 불과한데다 낮은 관세율(다수품목이 무관세) 등을 감안할 때 통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