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미칠 영향에 정부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주력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등 ICT 수출 효자 품목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일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강조해왔고, FTA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기 때문에 우리의 주력 ICT 수출품목인 휴대전화 단말기 분야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ITA란 WTO가 정보통신 제품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국 관세를 낮추도록 한 국제 협정으로, 지난해 12월 한국, 미국 등 53개국이 참여한 개정 협정(ITA II)이 타결돼 7월에 발효됐다. ITA II 참여국은 WTO 가입국에 컴퓨터, 통신장비, 반도체 등 201개 IT 제품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국내 IT 업계에서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IT 업체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환율전쟁으로 인한 미국 달러화 약세가 한국 통화의 강세로 이어지면서 대미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선 트럼프의 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친환경정책의 철폐를 가져와 ICT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EV)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국가별 매출액은 미주지역이 34.4%로 가장 많고, 유럽 18.6%, 중국 17.1%다. LG전자도 미주지역의 매출 비중이 28.9%에 이른다. 미국 TV시장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9.3%로 1위이며, LG전자는 11.1%로 3위를 차지하고 있어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정치인이 아니라 기업인다보니, 정책결정 과정에서 기업가적 판단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미 간 ICT정책 현안을 논의할 때도 기업적 측면을 내세운 판단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 기업의 이윤만을 앞세울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가 아무리 보호무역이나 FTA 반대를 내세워도 의회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있으니 조금 더 두고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이달 24일 미래부 등 7개 정부부처가 모여 구글의 지도반출을 결정하는 '공간정보 국외반출 협의체' 개최가 다가오면서 업계에선 트럼프의 당선이 구글 지도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래부 관계자는 "구글의 국내 지도반출은 미국 정부의 주장이 아니라 구글의 주장이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