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동력을 잃은 외교와 북한이 연일 거센 대남 비난을 가하는 있는 상황에서 주변국들은 한국의 권력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동북아 현안 관련 손익계산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이 4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최순실 사건과 한·미 동맹의 영향에 대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지금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강력한 동맹은 다른 국민과 다른 인물들이 그 나라들을 이끌 때조차도 영속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한 원론적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최순실 사건으로 인한 한국 내 정치지형 변화와 예정된 한·미 간 합의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최근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잇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계획을 강조하고 일정까지 못 박은 것도 박근혜 정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도한 사드 배치에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사드 배치 일정의 지연 가능성을 보도하며 자국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협상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등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한국의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지난 5일 "(한국이) 중요한 이웃 나라이므로 정세에 관심을 두고 주시하고 싶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정부가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3국은 12월 중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목표 아래 이달 말 외교부 차관보급 회의를 열어 의제를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날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은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고위관리회의(SOM)를 11월 하순 도쿄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연례 한일중 정상회의의 올해 순번 의장국인 일본은 정상회의의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짓는대로 SOM 일정을 한·중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가 한일중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로서는 주어진 임무를 다 한다는 자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노려 북한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나라도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국가별 대북 독자제재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날 마체고라 대사가 최근 북한의 주요 언론 매체와 회견한 자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만이 강제조치인 제재를 취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힌 내용이 러시아 대사관 공식 페이스북에 실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