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개헌 카드부터 두 번째 사과까지… 꼬인 스텝

2016-11-06 15:00
  • 글자크기 설정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주일간 국무총리 지명, 내각 개편, 청와대 비서진 교체, 두 번째 사과 등 수습책을 내놨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2선 퇴진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아예 ‘대통령직에서 하야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20만 성난 촛불이 되어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웠다.

박 대통령의 꼬인 스텝은 지난 달 24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들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논란 뿐 아니라 독일 비덱 등 최씨의 개인 회사 자금으로 블법 유용된 흐름이 포착되고, 나아가 차은택․고영태 등 최씨 측근들의 이권 개입 의혹,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논란까지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시선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며 국면 전환을 도모했다. 정국이 순식간에 개헌 블랙홀로 빠져드는 듯 했지만, 개헌이라는 메가톤급 이슈는 하루도 가지 못했다.

JTBC는 그날 저녁 최순실이 사무실에 두고 간 테블릿PC를 분석한 결과 44개에 달하는 박 대통령 연설문을 최씨가 미리 받아 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25일 긴급 대국민사과를 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연설문 및 홍보물에 대해서만 의견을 물었다며 연설문을 최씨가 수정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JTBC가 최씨의 PC 안에는 국가기밀, 외교문서, 인사문서 등 국정 관련 주요 문건들이 대거 들어있었다고 추가로 폭로하면서 박 대통령의 첫번째 사과는 거짓말이 돼버렸다. 이날 보도는 최순실 게이트가 국정 농단 파문으로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박 대통령과 청와대, 검찰은 말을 맞춘 듯 일사천리로 대응해나갔다. 독일에서 잠적했었던 최씨가 박 대통령 사과 다음날인 26일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연설문 수정은 시인하면서도 국가기밀인지를 몰랐다며 동정을 구했다. 건강상 귀국할 수 없다던 최씨는 사흘 뒤인 30일 전격 귀국했고, 31시간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박 대통령은 그날 모든 수석비서관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은 후 최재경 민정수석·배성례 홍보수석을 전격 임명했다. 검찰 수사를 여전히 청와대가 쥐고 흔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여야가 거국 중립내각을 논의하던 때인 11월 2일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국무총리로 내정하며 기습 개각을 단행했다.

그에 맞춰 당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출두했고, 그날 곧바로 긴급체포됐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이 미르재단 강제모금이 ‘박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박 대통령이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그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3일 김대중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야권의 반발을 또다시 불러 일으켰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총리 내정 철회·특검 수용 등을 요구하면서 대치 정국이 가팔라졌다.

지난 4일, 지지율 5%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박 대통령은 결국 다시 국민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진솔한 사과보다는 개인사적인 변명으로 일관하며 여전히 자신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만을 앞세운 사과였다는 평가 속에 싸늘한 민심은 등을 돌렸다.
 

[그래픽=아주경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