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구단은 “선수단 체질 개선을 위해 프런트 혁신을 통한 구단 전문성 강화와 이글스 문화 재정립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일명 ‘강팀 도약을 위한 New Challenge’ 선언이다. 박종훈 전 LG 트윈스 감독(현 고양 다이노스 본부장)을 신임 단장으로 앉혔고, 기존 박정규 단장은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이원화시켰다. 운영과 지원 부문을 명확하게 나누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번 한화의 혁신 발표의 맥은 따로 있다. ‘김성근 야구’에서 ‘프런트 야구’의 변화 조짐이다. 계약기간 1년이 남은 김 감독의 유임을 이례적으로 공식 발표하면서까지 ‘프런트 야구’를 강조했다. 특히 김 감독에게는 ‘1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했고, 박 신임 단장에게는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와 내부 유망주 발굴, 선수단의 효율적 관리’를 맡겼다.
야구 판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굳힌 김성근 감독의 ‘소신 야구’와 야구에 정통한 감독 출신 단장의 임명으로 ‘프런트 야구’를 추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표면적으로 드러난 큰 그림은 꽤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불편한 공존의 갈등도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선수단 구성으로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야구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불통’의 선수단 장악이나 ‘혹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근 야구’는 한 길을 걸었다.
반면 박 신임 단장은 육성 전문가로 꼽힌다. KBO리그 감독 출신의 첫 단장으로 ‘야구를 잘 아는’ 현장 지도자 출신이다. 한화 구단은 당장의 성적과 동시에 미래의 유망주를 키워내 중장기 육성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상충되는 ‘김성근 야구’와 ‘프런트 야구’는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한화 구단이 ‘경질론’에 휩싸였던 김 감독을 끌어안은 이유가 남은 1년 임기를 채우기 위한 ‘예우’ 차원이 아니라면, 또 내년 시즌 성적에 따른 김 감독의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다.
최근 전 세계적인 프로야구의 트렌드는 ‘프런트 야구’다. 한화 구단도 뒤늦게 ‘프런트 야구’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고 마지막 임기 시즌, 김성근 감독과 함께 막대한 투자의 결실을 맺을까. 하지만 한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의뭉스럽다. 불편한 동거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