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분출했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끝내 사퇴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4일 오후 4시부터 7시간 가까이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계속되는 사퇴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했다. 당 소속 의원 100여명이 모인 이날 의총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줄기차게 지도부 사퇴를 요구해 왔던 비박계 의원들뿐만이 아니라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반면 김진태 의원은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대통령 나가라', '당 대표 나가라' 하지 않고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며 지도부를 옹호했고, 이완영 의원도 타이타닉호를 예로 들며 "물에 빠질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주요 일정 등이 마무리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에게 "정기국회 회기 중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인 새해 예산안 처리, 거국내각 구성 등의 일들이 마무리되는 대로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발표했다"며 "생즉사 사즉생이다. 버리고 비워야 언젠가 국민들이 다시 채워주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욕설과 고성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 진행을 선언하자 김학용·김성태·이종구 의원 등은 "당헌에 따라 공개로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원내대표가 정해오지 않았나. 뭘 물어보고 하느냐"고 응수하자, 김성태 의원은 "누구한테 겁박하느냐. 정 원내대표는 사과하고 의사진행 똑바로 하라. 어디서 독단적 행태를 일삼는가"라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이종구 의원은 김 의원에게 언성을 높인 조원진 최고위원에게 "넌 그냥 앉아. 거지같은 ○○"라고 욕하기도 했다. 말싸움은 5분 가량 지속됐고, 결국 투표를 거쳐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김 의원은 의총장을 나오며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전히 국민들을 기만하는 쇼를 하고 있다"며 "준비된 각본대로 친박계가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최순실 일가를 비호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 발언에서 "자리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더 쉬운 결정"이라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 오늘 꼭 제가 사퇴한다는 얘길 들어야 되겠나,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의총에 앞서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29명 전체 명의로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동안 새누리당은 뭐 했나 탄식이 나온다. 이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