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시장 선점에서 한 발 앞선 SK텔레콤을 추격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이 지난 6월 전국에 구축한 IoT 전용망 LoRa를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IoT 전용망 NB-IoT를 내세워 협공에 나선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3일 광화문 KT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1분기까지 NB IoT 상용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칩셋과 모듈, 단말 분야, 협력사 지원, 글로벌 협력, NB-IoT 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NB-IoT는 저전력으로 장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한 IoT 표준기술로, 데이터 전송속도는 100kbps로 LTE(롱텀에볼루션) 보다 느리지만, 소형 건전지로 약 10년 동안 구동되고 데이터 전송도 10km 거리까지 확보할 수 있다.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은 2021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120억개의 IoT 관련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 방대한 양의 연결 기기수가 최근 둔화세를 보이는 스마트폰에 비해 높은 성장성이 전망되고, 새로운 수익창출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NB-IoT는 지난 2014년 처음 등장해 지난해 말부터 국제표준화 논의가 시작됐다.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보다폰그룹, 차이나모바일, 퀄컴, 인텔 등 굴지의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기본표준이 마련됐다. 김준근 KT 기가 IoT사업단장은 "NB IoT의 표준화가 우리가 예측한 것 보다 빠르게 진행돼 올해 6월에 기본 표준화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NB-IoT의 기본 표준화 채택을 위해 속도를 내고, 통신사업자들이 NB-IoT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가 SK텔레콤이 채택한 LoRa와 같은 신흥서비스 사업자의 등장으로 통신사 중심의 IoT 시장 선점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oT 전문가는 "NB-IoT의 표준화는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IoT 전용망이라는 새로운 수익창출 아이템을 사수하기 위해 LoRa 등 신흥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초조감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GPP(이동통신표준화단체)에선 NB-IoT 표준화를 둘러싼 업체 간 의견대립 없이 합의가 급속도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김준근 단장도 "NB-IoT가 나오기 전에 통신사업자가 아닌 영역에서 LoRa가 생겼다"며 "통신사업자들이 처음엔 그것에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유럽을 중심으로 LoRa가 형성돼 NB-IoT의 표준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KT와 LG유플러스는 향후 IoT 시장을 두고 통신사업자는 NB-IoT로, 비통신사업자는 LoRa로 진영이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안성준 LG유플러스 IoT사업부문장은 "LoRa는 비통신사업자들이 사용하기 좋은 망인 것 같고 NB-IoT는 한국, 중국, 일본이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IT 전문가는 "NB-IoT는 면허대역이기 때문에 기존의 통신사업자가 중심인 것"이라며 "반면에 LoRa는 비면허 대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누구라도 망을 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생태계 확장이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