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31일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지난 2월16일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 트레이닝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지 8개월만의 귀국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충분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 엔트리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진입에 성공했고, 팀 내 주전 1루수 아담 린드와 플래툰 시스템으로 경쟁을 벌였다.
이대호는 올해 첫 메이저리그 도전에서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33득점 20볼넷 OPS(출루율+장타율) 0.740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신인 시절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백업 선수로 나선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이대호의 귀국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향후 거취 때문이다. 이대호는 시애틀과 계약이 만료돼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렸다. 이대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메이저리그에 계속 남아 두 번째 도전을 하느냐, 아니면 일본 프로야구 혹은 KBO리그로 복귀를 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대호의 선택은 메이저리그 잔류다. 첫 도전에서 메이저리그 맛을 봤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비중을 두고 훈련을 했다. 또 팀 내 상황도 자신의 진가를 뽐낼 형편이 아니었다. 시애틀과의 재계약 혹은 타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내년에 다시 메이저리그에 남는다면 진짜 도전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주전 보장이 힘든 상황이라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잔류에 무게가 실리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대호는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대호의 아내와 두 아이는 미국 시애틀 현지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이제 막 적응을 시작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선택지는 일본 프로야구 복귀다. 이대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영웅이었다.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올해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일본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이대호의 빈자리를 꼬집었다. 소프트뱅크의 러브콜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3년 18억 엔(약 198억원)을 제의했다. 돈과 명예를 모두 쥘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본 무대다.
다만 이대호의 KBO리그 복귀는 사실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부산 출신의 이대호가 국내로 눈을 돌린다면 상징성을 지닌 롯데 자이언츠의 물밑 작업이 거셀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건재한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모두 계약이 불발됐을 때의 마지막 경우의 수다.
이대호는 귀국 직후 인천공항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메이저리그 첫 해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뒤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인생 막바지로 치닫는 그의 행선지는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