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그룹 관계자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자체 조직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와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최 씨의) 조기 귀국설이 돌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기 때문에 챙겨야 할 업무량이 늘어 휴무인 직원들이 출근해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최 씨가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소환 후에도) 우리가 입장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확인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진실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최 씨 비리의 핵심인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69억원 등 총 755억원의 출연금을 기부했으며, 상위권 기업 대부분이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 출연과 관련해 정치권과 재계 일부에서는 최 씨 등을 등에 업은 측근들의 강요가 있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 사정기관의 조사도 진행됐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기금 출연이 재계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를 대표해 이번 기금 모금업무를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입을 막고 있다. 이승철 부회장과 관계자들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상황에서 최 씨의 귀국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최 씨의 검찰 조사가 본격화 될 경우 기금 모금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절차와 방법이 아무리 정당했다고 항변하려고 해도 결국 모금에 참여했다는 ‘원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정권의 ‘공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 결과 재벌의 책임론이 불거지면 사정 한파가 재계에까지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룹 총수들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이다. 재단 설립 및 기금 출연은 청와대와 정부측이 총수들에게 요청했고, 총수들의 논의를 거쳐 이를 결정했다. 자발적 참여였다고 해도 재단의 불법 운영을 방조했고, 강요였다고 해도 불법인줄 알면서 어쩔 수 없이 참여해 회사에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에 또 다른 불똥이 튀어 기업 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재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D그룹 관계자는 “기금 모금 과정에서 최 씨를 통한 정부의 강제와 외압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가가 재계가 원죄에서 벗어나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 문제가 깨끗하게 밝혀지겠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면서 “기업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또 다시 정권의 부정 의혹의 공범으로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불거져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