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총회에서 전체 193개국 중 191개국이 압도적인 찬성 의사를 보이면서 미국의 대쿠바 경제 제재의 해제 관련 결의안이 가결됐다.
미국은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 1992년 이후 24년동안 반대표를 던져왔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맹국 이스라엘도 기존 반대 입장에서 기권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기권 배경으로는 지난해 체결된 미·쿠바 간 국교 회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쿠바의 인권 침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표결에 참여했던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기권했다고 해서 쿠바 정부의 모든 정책과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쿠바 내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경제 제재 전면 해제를 원한다면 변화된 행동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은 미국의 이번 기권 결정에 대해 "향후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며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기권하면서 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말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를 내린 뒤 교역과 여행 규제를 완화해왔지만 실제 경제 제재를 해제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쿠바에 적대적인 상태다. 미·쿠바 간 국교를 정상화한 지난해에도 미국 정부가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한 것도 공화당의 눈치 살피기 전략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