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고덕그라시움 000동 000호입니다. 현재 얼마 받을 수 있나요. 전화 말고 문자 주세요’.
서울 강동구 고덕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권 매매 단속을 나온 강동구청 관계자에게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그는 “문자만 봐선 떴다방인지 진짜 매도자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5일 기자는 고덕그라시움 분양권 매매 단속 현장에 동행취재했다. 이번 단속은 국토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강동구청이 불법 매매를 적발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이날 점검 대상이 된 공인중개업소는 모델하우스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줬던 곳들이다. 중점 단속사항은 △전매제한 기간 내 분양권 전매 △떴다방 불법행위 △이중·허위계약서 작성 행위 등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주 10여명을 모델하우스 근처에 배치해 강동구와 합동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현장 적발은 쉽지 않았다. 떴다방이 명함을 나눠주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파라솔을 걷으라고 하니 의자만 놓고 앉아서 장사하는 떴다방도 있었다”며 배짱 영업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떴다방은 단지 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전엔 입구에서 장사를 하던 떴다방이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까지 들어왔다”고 전했다. 아주머니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흔적도 안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다.
곧 두 번째 공인중개업소로 옮겼지만 상가 내 절반 가까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강동구 관계자는 “문을 연 공인중개업소는 단속을 받았던 곳”이라며 “아직 점검 받지 않은 업소들이 문을 닫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발걸음을 재촉해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로 이동하던 중 고덕주공 3단지를 갖고 있다는 여성과 마주했다. 그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 시세를 알아보러 왔다”며 공인중개업소 근처를 서성였다. 고덕주공 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1년 거래 내역을 담은 두툼한 서류철을 들고 나왔다. 그는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는 1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다”며 “매수자는 싸게 사고, 매도자는 양도세를 줄이고, 중개업소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으니 다운계약서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털어놨다.
강동구는 오는 28일까지 현장을 점검하고, 이후 제보 위주로 단속할 예정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면 영향은 있겠지만 아직 강동구는 호황”이라며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