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제안]박근혜 대통령, 난국 타개·정국 주도권 위해 ‘개헌 블랙홀’ 승부수 던져

2016-10-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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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2주전까지만 해도 "개헌 논의 할 때 아니다" 입장 밝혀…돌연 개헌 카드 꺼낸 배경에 주목

 

아주경제 주진 기자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개헌 논의를 경계해오던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1년 4개월을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개헌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생경제의 어려움', '엄중한 국제 정세', '개헌 블랙홀론' 등을 들어 개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꿔 개헌이라는 메가톤급 이슈를 던진 것은 취임 이후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 친 국정 지지율이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체제로 재편된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등 핵심 국정과제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는데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비선실세로 지목돼온 최순실 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으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다.

여기에 전통적 보수․TK 등 콘크리트 지지층의 균열·분리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더 이상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박 대통령은 조기레임덕을 방지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통해 정계개편의 불씨를 당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임기 끝까지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개헌론이 여당의 정권 재창출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측근 최순실씨가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전환용 깜짝 카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김재원 정무수석을 앞세워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분명한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강제모금 정황만이 제기됐을 뿐, 최순실씨 의혹은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김재원 정무 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선 “국가적 큰 비전을 정하는 일이 현안에 묻힐 수 없고 현안으로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일을 미룰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개헌을 추진한다고 검찰 수사가 덮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결심 시기에 대해 "대통령이 추석 연휴기간 중 검토를 자세히 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보고서를 추석 연휴 전에 대통령에게 드렸다"며 "상당히 분량이 많은 내용으로 상세히 보고했고, 연휴 마지막 무렵에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개헌 논의에 대한 마지막 보고는 10월18일에 했으며 그날 시정연설에 들어갈 원고도 보여드렸다”고 전했다.

김 수석의 발언을 놓고 보면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까지 극비리에 개헌 추진을 준비하면서 보안을 유지해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이처럼 보안을 유지한 것은 마지막까지 개헌 제안의 타이밍과 형식을 놓고 고심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 수석은 "시기적으로 국가 어젠다인 개헌을 더 미룰 수 없고, 국회 시정연설이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는 판단을 했다"면서 "개헌을 위해선 국회 차원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여야 의원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정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순실 의혹'에 '엄정처벌' 입장을 밝혔고, 21일 국감에서 청와대가 재차 의혹 해명에 나선 뒤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제안하는 수순을 밟았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어떤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언급하지 않아 향후 어떤 식으로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일단 통치체제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보다는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기본권 조항 등을 포함해 전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한국 사회의 인구지형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됐다"면서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대통령 임기단축이 개헌안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것은 모두 앞으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여러가지 개헌에 대한 입장들이 개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논의는 전부 다 열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수석은 개헌안의 핵심사안인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 "어떤 정치체제를 대통령이 생각한다고 해도 무조건 관철될 수는 없는 구조"라며 "국민들과 국회의 공감대가 함께 가야 하고, 당장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내각책임제, 분권형(대통령제) 이런 것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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