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노을로 지는 저녁
헤어진 기억 따라 막걸리집에 갔다
막걸리집 주인 여자의 젊은 한철
양은 막걸리 잔처럼 찌그러진
취해서 나선 골목은 가을 가로등
밤늦은 은행잎의 낙화에 발목이 잠겨
집으로 가는 길은 무릎 시린 귀가
가슴마저 저려오기 전에
그래 저 과일가게에서 홍시라도 사야지
빨갛게 익어 애인 같은 홍시를 사다
붉은 사과도 노란 귤도 모두
떠나는 원색의 행렬
이렇게 또 한철 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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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날 저녁, 비가 내린다. 시골 막걸리집은 이런 날이 제격이다. 늙은 주모와 나누는 인생 얘기에서 온기를 얻는다. 취해서 나선 거리는 젖은 낙엽이다. 과일가게 홍시가 불빛에 유난히 붉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