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정보보안은 정보의 수집·저장·송수신 중 정보의 훼손·변조·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적, 기술적 방법을 의미하며, 물리보안은 인명과 시설 보호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은 보안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다.
국내 정보보안 산업 규모는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보보안회사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는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만도 200여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 매출액 기준 상위 업체로는 V3로 잘 알려진 안랩과 SK C&C의 자회사인 SK인포섹이 자리하고 있다.
2014년 안랩 대표로 취임한 권 대표는 1956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 한국 IBM을 시작으로 30여년간 IT업계에 몸담은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다우기술, SGI 코리아, KT FDS, 테크데이타 등 국내 및 외국계사를 종횡 무진한 그는 업계서 '영업통'으로 통한다. 2011년 안랩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에도 국내사업총괄로 부사장직을 맡았다.
실적 개선 등 호재에도 좀처럼 외부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으며 3년 임기의 중반 이상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정치권에 등판을 시작한 2012년부터 안랩이 정치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요동쳤고 이후 역풍을 맞아 소극적 자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안 전 대표의 안랩 지분은 그가 출연한 공익재단을 포함 28.59%다.
SK인포섹의 한범식 대표도 언론 노출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60년생인 한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 SK그룹 전신인 선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SK C&C와 SK텔레콤을 거쳐 2014년 12월 이 회사의 대표로 취임했다.
수장이 된 직후 그가 신사업 전문가라는 점에서 SK인포섹이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IBM과 손잡고 클라우드 보안 사업 본격화를 알리기도 했으며, 이달 모바일 보안앱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는 매출 규모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제고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보안업계 3위 업체로는 삼성SDS의 자회사 시큐아이가 꼽힌다. 시큐아이는 지난해 에스원에서 삼성SDS로 모기업이 바뀐 상태며, 삼성전자 출신의 석경협 대표가 지난 3월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이 외에 2진 그룹으로 이글루시큐리티(이득춘), 파수닷컴(조규곤), 윈스(김대연), 닉스테크(박동훈)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 보안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오랜 기간 오너가 직접 회사를 이끌며, 자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물리보안 업계 양대 산맥으로는 에스원과 ADT캡스가 꼽힌다. KT텔레캅을 포함 통상 3대 업체가 거론되고는 있지만,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군소업체도 다수 포진해 있다.
에스원의 육현표 대표는 1959년 충남 금산 출신으로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해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삼성미래전략실 등을 거친 전략·기획통이다. 직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지원총괄 사장으로 현업에서 다소 멀어졌으나, 이듬해 에스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취임 후 그는 정보보안 자회사였던 시큐아이를 삼성SDS에 매각하는 등 삼성그룹 재편에 힘을 보태는 한편 프리미엄 부동산 종합 서비스 브랜드 '블루에셋'을 출시하고 수익 다각화에도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통합 보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ADT캡스의 최진환 대표는 1968년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장기신용은행을 시작으로 AT커니·베인앤컴퍼니 등 컨설턴트사를 거쳐 직전 현대라이프의 대표를 역임했다. 현대라이프에서 간단한 상품 구조와 투명한 영업 전략으로 호평을 얻기도 했다.
ADT캡스에 2014년 말 취임이래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출동경비, 출입통제, 영상보안 등 본연의 기능에 집중, 전문성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통 리더십 발휘해 기업문화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ADT캡스가 고강도의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풀어야할 과제로 남았다. 미국계 다국적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 인수된 ADT캡스는 탈루나 고액배당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
KT텔레캅의 엄주욱 대표는 올해 3월 신규 취임한 이래 경영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에서 SK텔링크로 대주주가 바뀐 네오에스네트웍스(NSOK)의 양주혁 대표도 있으나, 3강 구조(에스원·ADT캡스·KT텔레캅) 속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