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1.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수도권의 한 신규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계약한 뒤, 중도금 1회차 납부일을 기다리다 시행사로부터 느닷없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지 않아 제2금융권으로부터 0.7%포인트 더 높은 이율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결국 A씨는 시행사가 절반을 부담하고 남은 추가 이율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했다.
#2. 지방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B건설사는 최근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제안서를 철회하는 바람에 일반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사전 예고도 없이 '총량 규제'를 이유로 다른 은행을 알아보라는 통보였다. 몇몇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 등과 협의에도 접점을 찾지 못한 B건설사는 결국 분양일정을 기약없이 뒤로 미루고 시장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국주택협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국적·일률적 규제 강화 조치는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고 부동산 경기 급락을 초래해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확대 등 직접적인 수요억제책이 실수요자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을 급속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꿎은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주는 마구잡이식 규제보다는 부동산시장 과열의 주범인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나, 청약통장 거래 및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부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편이 옳다는 것이 협회 측의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의 금융거래내역 증빙을 받아 자금출처 조사를 할 경우, 과도한 투자수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청약 관련 제도를 일부 조정해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지난 8.25 가계부채관리 대책 이후 시중 은행들이 신규 중도금 대출을 꺼리면서 건설사가 분양주택 중도금 대출 알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42개 분양 사업장 3만7436가구를 중 분양 전 대출 협약이 완료된 곳은 8개 단지에 불과했다. 이 중 시중은행과 대출 약정을 맺은 곳은 단 3곳에 그쳤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거부한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지방은행 또는 제2금융권 등으로 옮겨가야 해 결국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은 실수요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서민 실수요층에게 가장 중요한 주택구입 자금 마련 방법인데, 이를 규제할 경우에는 주택구입 포기 등으로 서민층 주거비 부담만 증가할 것”이라며 “수출급감 등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심각한 경제위기 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적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