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신용재의 목소리에는 신파 같은 구석이 있다. 별 말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듣고 있으면 눈물을 쥐어짠다. 그게 음색 때문인지, 아니면 유독 고음이 많은 노래 탓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다.
신용재의 노래들이 노래방에서 사랑받는 데는 아마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주 한 잔 마시고 '밥을 먹어도 눈물 없이는 삼키지 못 해'(포맨 '못해')라고 고백하거나 '미치도록 기도해 제발 니가 듣기를. 이런 내 맘이 들리면 너 돌아오라고 눈물로 노래해'(신용재 '가수가 된 이유')라고 호소하기에 신용재만큼 좋은 선택은 없다.
하지만 두 번째 솔로앨범 '엠퍼시'에서 신용재는 이 두 집단 모두를 사로잡으려 욕심을 낸 모양새다. 특유의 고음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힘을 뺐다.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방식도 이전까지는 직설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상징적이다.
'불을 다 켜봐도 맘이 어둡다 느끼고 몸을 뉘어봐도 놓을 수 없다면 잠시 날 빌려줄게. 기대도 돼. 주저 말고 내게 와. 길었던 그 하루가 힘겨웠을 테니까. 그대 아무 말 안 해도 돼.'
타이틀 곡 '빌려줄게'에서 신용재는 이렇게 노래한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번 앨범은 사진을 닮아 담백하다.
이런 편안한 심경은 특히 앨범 마지막 트랙 '벽시계'에서 잘 표현된다. 이 곡은 싱요재가 음악 작업을 위해 제주도를 여행하며 만났던 풍경들 속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된 곡이다. '뒤척이다 눈을 뜬 밤 텅 빈 방안 결국 날 일으켜'로 시작되는 이 곡은, 신용재의 힘을 뺀 창법이 시작부터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다.
타이틀 곡 '빌려줄게'의 작사가 민연재가 참여한 '지구와 달'은 기존 신용재가 추구했던 방향과 사뭇 달라 관심을 끈다. 신용재의 곡이라는 걸 알지 못 하고 듣기 시작하면 처음엔 신용재인 걸 눈치채지 못 할 수 있다. 좋아하지만 가까워지지 못 하는 사이를 지구와 달로 비유한 가사는 단연 돋보인다.
힘을 뺀 신용재는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눈물로 호소하는 대신 덤덤한 회상과 위안을 들고 돌아왔다.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신용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세상을 창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