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사드(THAAD)와 중국 비즈니스

2016-10-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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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KOTRA 베이징/상하이 무역관장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무역관장]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비즈니스에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경제 주체들이 많다. 근자에는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과 단속 과정에서 한국 경비정의 침몰로 양국간 갈등이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23%를 넘고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13%나 되니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경우 하루 아침에 상황이 돌변해 중국에서 철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도 놀란다고 우리가 처한 처지를 두고 정확하게 빗대어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을 전후좌우로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보면 안절부절 할 필요도 없고, 이럴 때일수록 더 담대해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요즘 한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중국 기업 인사들을 만나보면 애써 사드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구태여 불편한 주제를 끄집어내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드 문제가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중국 국유기업일수록,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최근 한국 기업과 진행하고 있는 일부 프로젝트 혹은 오더를 지연시키거나, 예정돼 있는 이벤트를 취소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했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정치색이 짙은 북쪽 지역이 상하이 혹은 광저우 등 남쪽 지역보다 사드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한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사드 배치가 미국의 중국 견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애써 강조한다. 실제로 각종 설문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듯이 중국인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요소가 바로 미국의 위협이다. 중국의 도약을 사사건건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면서 불안정한 중국 경제보다 이를 더 경계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사드 배치와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견제 속에서 고립되고 있는 현재의 중국 상황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미국과 같은 외세의 간섭을 철저하게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현재 대내외적으로 처해 있는 중국의 상황이 걸코 녹록치가 않다. 대내적으로는 성장의 속도가 주춤해지면서 곳곳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의 마찰이 격화되면서 ‘진주 목걸이’로 명명되는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포위하면서 '남진(南進)'을 철저하게 봉쇄하려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금년 말로 예정돼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MES: Market Economy Status) 부여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G2가 된 경제대국 중국으로서 이는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당시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부여에 대해 15년간 유보해 놓은 것이 이제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현 상황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은 연초부터 공공연하게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라고 서유럽 우방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수년간 유럽 국가들에 대해 엄청난 공을 들여왔다. 유럽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유럽 국가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등 협력 무드를 진전시켜 왔다.

연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획득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유럽 국가들의 입장이 미국 편으로 선회하면서 중국의 입장이 난감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한국, 호주 등 81개국으로부터는 시장경제지위국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선진국인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로부터 이를 거부당하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중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국 경제가 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급한 김에 각종 제스처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 재개하고, 올 10월부터 30%이던 수입 화장품 소비세를 폐지(고급 화장품은 15%로 인하)했다. 연말에는 일반 화장품에 대한 위생허가까지 폐지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필리핀에 대해서는 바나나 수입제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시장이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하다는 것을 대외에 보여주기 위한 발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연말 시장경제지위국 획득에 도움이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런 판세에서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이 우리에 대해 교역과 관련한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1위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한국은 중국의 4대 교역대상국이다. 절체절명의 경제적 파트너인 셈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빼내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핵심 기술의 중국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다방면에서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형국에서 한국마저 중국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우(愚)를 범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더 유연하고도 대담하게 중국인을 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인들은 정치·외교적인 이슈에 연연하지 말고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조급한 쪽은 오히려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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