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016년도 국정감사가 후반부로 접어듦에 따라 여야의 명운을 건 세법 등 입법 전쟁의 서막이 오를 전망이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20년 만에 3당 체제에서 열리는 첫 정기국회인 데다, 차기 대선을 1년여 앞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둘러싼 수 싸움이 예상된다.
특히 야권이 법인세 인상안은 물론,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쏟아낸 상황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 한국 경제 체제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낙수효과’ 쟁점…뇌관 불가피
11일 여야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은 △법인세 인상 등 ‘세법 개정안’△초과이익공유제를 골자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이다.
최근 5년간 법인세가 42조원∼45조원 안팎에 갇힌 사이 정부는 세수 부족을 초래,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 등 법인세의 낙수효과(대기업 등의 성과가 늘어나면, 후발 부문에 유입되는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민주 의원이 이날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조세탄성치 관련 조사분석 의뢰에 대한 회답’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인세율 인상안을 분석한 결과, 조세탄성치(경제성장에 따른 세수의 자연 증가분·1보다 높으면 세수 증가)가 1.3∼1.9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에 0.91이던 조세탄성치는 2012년대 1.6까지 상승했다가, 2014년 0.4로 추락했다.
정부여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세수입 대비 법인세 비중(지난해 기준)이 20.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는 등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맞선다.
실제 OECD 소속 국가 중 2016년 법인세율(200년 대비) 인하를 단행한 국가는 일본과 영국 등 총 18개국이고, 인상한 국가는 6개국에 그쳤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국부유출 우려…정국 화약고
쟁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적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낸 대기업 초과 이익분에 대해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는 초과이익공유제도 논란거리다. 현재 김경수 더민주·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법제화에 나섰다. 하지만 외국 업체와 이익을 나누는, ‘국부 유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상법 개정안도 정국 뇌관이다. 김종인 더민주 의원이 대표 시절 만든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1주로 더 많은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제도)와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 등을 상대로 소송할 수는 제도)도입 △감사위원회 이사분리 선출 등을 핵심으로 한다. 전자는 각각 주주 간 형평성 문제와 소송 대란을, 후자는 의결권 제한의 위헌성을 내포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 대기업 지배구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상법 개정안(박용진·박영선 더민주 의원)과 보험업법 개정안(이종걸 더민주 의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박찬대 더민주 의원) 등은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을 고리로 사실상 경영권에 개입한 엘리엇 사례에서 보듯 최악의 경우 외국 투기자본의 침투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영권 보장 없이 투명성 제고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