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고토 히데키 지음 | 허태성 옮김 | 부키 펴냄
일본이 노벨상을 처음 받은 것은 1949년으로 메이지 유신(1868)으로부터 만 81년이 되는 해였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서양의 과학 지식을 흡수했다. 일찍부터 서양 각국으로 유학생을 파견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 최초의 물리학자 야마카와 겐지로는 1888년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물리학의 선구자인 최규남이 1933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보다 45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일본은 그런 노력에 힘입어 20세기 초반부터 화학자 다카미네 조기치가 아드레날린을 발견하고, 세균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가 1회 노벨상 수상자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17년 이화학연구소가 설립된 이후에는 물리학 분야에서도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고, 패전 직후인 1950년 무렵에는 세계가 괄목상대할 수준까지 올랐다.
일본은 우리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신경생리학 박사인 저자 고토 히데키는 일본이 근대 과학을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를 △산업으로 국력을 키우고자 하는 욕구 △절실한 군사적 목적 △메이지 천황, 번벌(藩閥) 등 유기적 제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단력 등 네 가지로 꼽는다.
이 책은 일본의 개국(1854년) 이후 후쿠자와 유키치가 과학 보급에 나선 것부터 2012년 야마나카 신야가 16번째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기까지 일본 과학자들의 150여년 분투 과정을 그린다. 물리학, 화학, 생리 의학, 원자력 공학 등 각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연구 업적과 뒷이야기가 메이지 유신, 러일 전쟁, 태평양 전쟁, 패전과 전후, 그리고 최근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의 사회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제62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을 수상하기도 한 저자는 평생을 과학에 천착해오며 연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432쪽 | 1만8000원
◆ '카인드 스토리' 대니얼 루베츠키 지음 |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나는 단기적인 비즈니스 이익에만 집중하는 것은 깊이가 없고 협소한 접근 방식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과 자신의 조직 ,그리고 협력 업체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귀중한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본문 230쪽)
'카인드 헬시 스낵스'와 '카인드 무브먼트'의 설립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대니얼 루베츠키는 자신의 비즈니스 철학을 이렇게 밝힌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설탕을 제품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자연에서 얻은 성분 위주로 브랜드를 키워 왔다.
루베츠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연매출 규모 6000억원의 스낵회사를 500명이 채 안 되는 직원들로 경영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간편하고 몸에 좋은, 그리고 경제적으로 유지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방식을 추구하는 그의 경영 방침 덕분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압박 속에서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침으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학으로 대변되는 그의 소신은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도 맛있는 스낵을 만드는 것,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목표에 기여하는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카인드는 유화제를 섞거나 재료를 으깨서 반죽 덩어리로 생산하는 기존의 스낵 바 제조 방법에서 탈피해 통견과류와 씨앗, 과일 등의 자연 성분을 꿀로 혼합해서 혈당 지수를 낮추고 영양을 풍부하게 한 스낵 바를 생산했다.
불투명한 포장지에 이상적인 이미지와 강렬한 색깔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업계 상식과 달리, 포장을 뜯지 않아도 제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 포장지를 사용한 것도 '그리고' 철학 때문이다.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이 다르고, 성분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국내 기업들의 양두구육(羊頭狗肉) 행태에 진저리나는 소비자들에게 이 책은 '건강한 상식'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376쪽 | 1만6000원
◆ '미래 변화의 물결을 타라' 스티브 케이스 지음 | 이은주 옮김 | 이레미디어 펴냄
매년 미국 백악관, 국무부 등이 주최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GES)는 기업가, 창업가, 벤처투자자, 학자 등이 모여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혁신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지난 6월 열린 이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세상을 바꿔라"(Change the World)였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경제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기업가·창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말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시기 미국내 트래픽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창업자 스티브 케이스는 "1985~2000년 1차 혁명기와 최근까지의 2차 혁명기를 거쳐 헬스 케어와 교육, 교통, 에너지, 식품 등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3차 인터넷 혁명이 목전까지 다가왔다"며 "3차 인터넷 혁명기에는 제품에 연결 센서를 부착하는 사물인터넷을 뛰어넘어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으로 개념이 확장될 것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래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짚는다. 단순히 그럴 듯한 예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AOL 창업, 타임워너와의 합병, 미 정부 산하기관 미래전략기획 자문, 차세대 기업인 지원 등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는 방법을 제시한다.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CEO는 "케이스가 이런 책을 쓰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며 "호레이쇼 앨저(유명 동화작가)를 연상케 하는 그의 분투기는 수많은 창업 기업인에게 가치 있는 교훈이 될 것이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미국 경제와 세계의 판도를 바꿀 기술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미래 선언서' 같은 책이다.
328쪽 | 1만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