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금융회사에 대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차원의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원과 함께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연말 가계대출 목표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조치를 최대한 조기에 강도 있게 추진하려는 금융위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8.25 대책은 부동산시장을 겨낭한 것이 아니고, 가계부채 증가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집단대출이 취약 부문으로 나왔기 때문에 분양 물량 등을 조정하게 된 것"이라며 "시장 상황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와 관련해선 "강화 여부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인위적 총량관리로 가계부채를 단기에 과도하게 억제할 경우 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연내 조기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총체적 상환부담 평가시스템(DSR)은 참고 지표로만 활용토록 할 방침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굳이 비율을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빚을 지고 있는지, 부채의 질적인 구조는 상환능력에 비추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의 경우 공매도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공매도 제도를 살펴보고 개선사항이 필요하면 보완하겠지만, 이를 폐지 또는 축소해 한국 시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국인투자자 비율이 30%를 넘는 가운데 공매도 제도는 자본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제적 기준을 유지하는 원칙 하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최소한의 규제만 시행해 시장에 과도하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과거 문제가 됐던 유상증자 과정의 공매도 케이스를 놓고, 공매도 자체의 문제인지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사람의 문제인지 구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상선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무위험 수익을 얻었다는 논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주 절벽에 부딪힌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은 전면 재검토를 거친다. 지난해 10월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때 산정한 올해 수주 목표치 115억 달러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수주 절벽의 어려움 속에 대우조선은 올해 6월 60억 달러 수준으로 수주 목표치를 낮췄다"며 "현재 산은과 대우조선은 매주 1회 이상 자구계획을 재점검하고, 진척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주 절벽에의 대응 방안은 자구계획을 최대한 당겨서 많이 이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시장에 맞춰 생존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한 문제인 만큼 산은과 대우조선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