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북한 도발과 기념일의 상관관계

2016-10-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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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10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예상과는 달리 북한의 특이동향이 포착되지 않으면서 한껏 고조됐던 남북간 긴장은 다소 풀어졌다.

모두가 10일을 주시했던 이유는 이날이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은 주로 기념일에 맞춰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굵직한 도발을 감행해왔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날은 10년 전인 2006년 10월 9일. 당시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도발에 나섰다.

같은 해 7월 5일에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춘 도발이 있었다. 당시 미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로 북미 대립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쐈다. 2009년에도 북한은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노동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009년 장거리 미사일 은하 2호 발사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열흘 앞둔 4월 5일 이뤄졌다.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북한은 한 달 보름 뒤인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12년 4월 13일에도 북한은 은하 3호 발사로 도발했다. 발사체가 공중 폭발하면서 실패로 돌아가자 북한은 8개월 뒤인 12월 12일 은하 3호 2호기를 다시 쏘아 올렸다. 남한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이후 올해 들어 기념일에 맞춘 북한의 도발은 더욱 강화됐다.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에 앞서서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지난 4월 15일에는 태양절을 맞아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화성-10) 발사를 시도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는 선군절(8월 25일)을 하루 앞두고 실시됐으며, 5차 핵실험은 지난달 9일 정권수립 기념일에 맞췄다.

결국 북한이 이번 노동당 창건일을 지나쳤더라도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핵·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고픈 김정은의 성향을 보더라도 한반도가 조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북한 전문가로부터 전해들은 ‘김정은은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켰다’는 말이 떠오른다. 다음 기념일은 미국 대선이 예정된 내달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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