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수불안을 해결하는데 재정을 쏟아부은 마당에 해외시장까지 눈을 돌릴 여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초부터 고용 등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해외시장 전략을 후순위에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 전략은 하반기 들어 자취를 아예 감췄다. 지난 2014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했던 중국 내수시장 진출 전략은 중국경제 위축과 한반도 사드배치 등이 겹치면서 의욕이 한 풀 꺾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으로 인해 해외시장이 다변화 전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4분기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도 힘을 잃은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4분기 경제대응 방안을 보면 22조9000억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부분이 내수시장에 집중됐다.
중국시장은 지난 7월 발표된 하반기경제정책방향부터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정부가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4분기 경제대응 방안에서 나온 수출전략도 기존 정책대응 진행상황 수준에 그쳤다는 목소리다. 화장품, 농식품 등 유망 소비재 수출 활성화 전략은 향후 개최되는 국제전시회 참가 계획이 전부다.
해외시장 진출 전략 역시 무역금융 지원 이외에 주목할 내용이 없다. 이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4분기에 4500억원 지원이 주요 골자다. 이미 올해초 지원액 1조3000억원이 배정된 금액을 예정대로 지원하는 수준이다.
발전소·경전철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 수주지원을 위해 인도네시아 30억 달러 등 유망신흥국 대상 금융패키지 신규 조성도 수출 비중을 고려하면 큰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정부가 해외시장 전략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업계는 4분기 수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591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4.5를 기록해 수출경기가 3분기와 비슷할 것이라 분석했다.
EBSI는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업체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출여건이 전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으면 100보다 커지고 반대면 100 아래의 값이 나온다. EBSI는 지난 2분기 98.7, 3분기 95.4에 이어 이번에도 100을 넘어서지 못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나빠진 전례가 없는데, 지금은 둘 다 좋지 않다. 정부로서는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김영란법 등으로 내수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해외시장 전략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리인하,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은 이미 시장에서 약발이 떨어졌다. 정부가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