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철우는 그물에 걸린 배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고 배를 지키려다 얼떨결에 남한으로 떠밀려오게 된다.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이 걱정돼 매일매일 불안에 떠는 철우는 남·북의 위협과 회유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며 “집으로 보내달라”고 간절히 요구한다.
이 가운데 무작정 철우를 간첩이라 의심하는 조사관(김영민 분)과 귀순을 유도하는 한국 정보국 이실장(최귀화 분), 불행한 북한 사람들 구제하고 싶다는 부장까지. 철우는 하루하루 피폐해져만 가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철우를 지켜보는 감시 요원 진우(이원근 분)만이 그를 진심으로 위하고 걱정한다.
진실과는 상관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남한 조사관들의 폭력과 협박이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철우 우연히 만난 탈북자는 철우에게 ‘기묘한’ 부탁을 받게 된다.
이데올로기에 갇혀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가 찢긴 철우를 통해 관객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 및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김기덕 감독은 “물고기는 그물에 걸리면 죽는다”며, 그물 안에서 버둥거리는 철우의 모습을 낱낱하게 보여준다. 이는 가장 불편한 모습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 과정과 결말은 통렬한 메시지를 남기고, 우리는 다시 김기덕이 던진 ‘그물’ 안에 갇힌다.
앞서 ‘그물’을 두고 김기덕 감독의 지난 작품들과는 다른 색채를 가졌다는 평들이 쏟아졌지만, 전작과 다르지 않은 직설적 화법이나, 주제를 향해 직진하는 연출 스타일은 그대로다. 가장 날 것의 상태인 김기덕 감독과 배우 류승범의 호흡 역시 기대한 대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10월 6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