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 해외출장이 잦은 A무역회사 차장인 김모씨는 최근 귀국행 국적항공기 기내면세점에서 카드 대신 현금 50만원을 내고 가족 선물을 구입했다.
김씨는 연말 소득공제를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했지만, 승무원으로부터 “기내면세점에서는 현행법상 신용카드 영수증 발급은 되지만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된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 매출액 1조8719억원 가운데 6895억원(36.8%)이 현금으로 결제됐다.
문제는 기내면세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면 김씨처럼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2007년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 당시 ‘외국을 항행하는 항공기 안에서 영위하는 소매업’은 현금영수증 가맹점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이로 인해 기내면세품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 보다 공제율이 더 높은 현금을 사용하면 오히려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10년째 빚어지고 있다.
연봉 7500만원인 김씨는 현금 50만원으로 면세품을 샀기에, 3만6000원가량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이후 판매한 기내면세점 현금매출액 6895억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우리 국민들은 그간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인해 약 496억4000여만원 가량의 세금을 더 낸 셈이 된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10년전 항공기 내 판매의 경우 항공기 안전을 위해 통신이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이 제외됐다고 설명한다.
추 의원은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적으로 기내면세점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하고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세계시장에서 휴대형무선결제 단말기(EFT POS) 톱10권인 Z사 기술이사는 “결제 1건 당 정보량이 수백 바이트에 불과해 기내 와이파이(Wi-Fi)를 이용하거나 항공기 간 비행데이터를 주고받는 망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기술적으로도 기내면세점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만큼, 세원과 거래의 투명성 확보뿐만 아니라 현금사용자와 신용카드 사용자 간 과세형평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