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클래식 음악가들의 공연 현장을 중심으로 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상주 사진작가 구본숙이 영역을 넓혀 드넓은 자연 속에서 음악과 접점을 선보인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오는 10월 9일까지 ‘헤테로포니(Heterophony)’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사진전을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황진규 음악평론가는 “동양 음악의 특징을 서양의 음악학자들은 헤테로포니라는 말로 규정한다”며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연,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헤테로포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진전은 ‘Fermata(늘임표)’, ‘Repeat Mark(도돌이표)’, ‘Tone Cluster(음덩어리)’ 등 음악용어를 타이틀로 한 15개의 작품들은 거대한 자연 속의 하모니, 리듬감들을 큰 이미지로 그려낸다.
구본숙 작가는 “음악현장을 촬영하며 체화된 음악적 언어와 리듬감들이 자연과 대면했을 때 일치되는 지점에서 이번 전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일렬로 서 있는 자작나무의 안개 자욱한 전경에서 음악적 쉼과 반복적인 순환의 고리를 느끼고, 여러 그루의 모여 있는 나무들에서 톤 클러스터를 발견한다.
1000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화두를 안고 들고 오가던 선재길에서는, 마치 누에가 무한한 시간의 실타래를 뽑아 낸 것 같은 자연을 본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6m짜리 대형화면의 영상으로 구본숙 작가의 작품들을 관람 할 수 있다. 이탈리아 현대작곡가 셸시의 작품 ‘Kya’의 미세하게 미끄러지는 음악의 속에서 구본숙 작가의 작품 속 선들은 기하학적 헤테로포니를 이룬다.
이건수 미술비평가·전시기획자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기(氣)가 생성되고 퍼져나가는 유동적인 상황들을 연출한다”며 “구본숙은 그 기의 흐름을 포착하면서 수만 가지의 시간적 갈래 속에서 자신만의 시선과 몸으로 개입해 남들이 보기 힘든 진실의 뒷모습을 생생하게 열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구본숙 작가는 서울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2004년에 입사해 기록해온 음악의 현장들을 2006년 Breath(숨), 2008년 New Year Concert(새해 연주회) 등 개인전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