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대선 1차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모습은 기존 트럼프 지지자들에겐 더욱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겐 역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들은 TV토론 후 부동층 유권자들과의 인터뷰 결과 트럼프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의 부동층 포커스 그룹의 경우 22명 중 16명이 이번 토론에서 클린턴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이들은 6명에 그쳤다.
이 그룹의 대표인 프랭크 런츠는 트럼프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약했다” “대통령답지 않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클린턴에 대한 평가에는 “잘 준비된” “강력한” “예나 지금이나” 같은 평가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클리블랜드의 부동층 포커스 그룹에서는 28명 중 11명이 클린턴의 승리로 평가했고 17명은 아무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더 잘했다고 답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WSJ는 부동층 다수가 TV 토론 후 클린턴의 판정승을 선언하면서도 여전히 누구를 지지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만큼 이번 TV 토론이 현재 박빙인 대선 판도를 한쪽으로 기울어뜨릴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WP는 부동층 유권자들과 함께 모여 TV토론을 시청하면서 이들의 반응을 관찰했는데, 6명 중 4명은 TV토론 후 클린턴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6명 중 한 명인 캘리 앤드류스는 “오늘부로 나는 완전히 클린턴의 지지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론 타운리는 내심 트럼프가 정치적 기득권을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TV 토론을 시청한 뒤 트럼프가 연방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토론 중 클린턴이 트럼프에 납세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며 지금까지 연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공격했을 때 트럼프는 당당하게 자신이 똑똑했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사실상 세금 미납을 인정한 셈이다.
WP는 타운리와 함께 있던 6명 모두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석했던 33세 자밀라 호킨스는 “세금을 안 내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부자들이 제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 게 옳다고 말함으로써 중산층과 완전히 동떨어져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클린턴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