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한국 법인(밀레코리아)을 11년간 이끌어 온 안규문 대표가 퇴임한다. 안 대표는 '외산 가전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혹독한 한국 가전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끌었다.
밀레는 진공청소기와 드럼세탁기, 빌트인 주방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는 가전업체다.
안 대표는 1977년 종합상사이던 쌍용에 몸을 담은 뒤 쿠웨이트, 미국, 태국 등지에서 근무했다. 이후 한국 법인 설립 전부터 밀레에 몸담았다가 2005년 정식으로 한국법인장을 맡았다.
안 대표는 재임기간 동안 밀레의 진공청소기, 드럼세탁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전기오븐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부문 매출액을 약 410% 끌어올렸다.
그래서일까. 밀레 본사가 안 대표에게 보낸 신뢰는 상당했다. 독일 밀레 본사에서 해외법인장을 새로 임명할 때마다 '한국의 미스터 안을 먼저 만나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27일 진행된 안 대표의 정년퇴임식에서도 밀레 본사의 각별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다. 밀레 본사 차원에서 정년퇴직 하는 안 대표를 위해 송별파티를 기획했고, 이를 위해 독일 본사의 마르쿠스 밀레 회장과 악셀 크닐 마케팅·세일즈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은 "안 대표의 도움으로 한국시장에서 이만큼 성장했고, 그가 성공적으로 경영을 이끌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게다가 오늘은 안 대표의 생일이기 때문에 직접 한국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텃밭'에서 이만큼 인정받은 것은 시장 흐름에 맞춰 소비자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밀레코리아는 설립 당시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서울 강남의 현대아이파크, 도곡동 대치센트레빌 등 고급 주택을 중심으로 '빌트인(Built-in)' 주방가전을 공급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 활황이 주춤하자 백화점 입점 확대를 통해 유통망을 확보했고, 해외 지사 최초로 공식 온라인 몰을 도입했다. 외산 가전업계 최초로 자체 애프터 서비스망을 구축한 것 역시 안 대표의 성과다.
안 대표는 "밀레코리아를 맡으며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 바통을 넘겨받아 밀레코리아를 이끌 사람은 고희경 신임 대표다. 고 신임 대표는 숙명여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스미스클라인 비챰 코리아(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질레트 코리아, 일본의 P&G 북동 아시아지부, 유니레버 코리아 등에서 마케팅과 비즈니스 매니저 등으로 근무했다.
고 신임 대표는 "10월 1일부터 밀레코리아 대표로 일하게 됐다"며 "한국 가정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청소와 세탁기 분야가 아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주방쿠킹가전에 집중에 마케팅전략을 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