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방문판매원 강제 이동’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전직 임원 벌금형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화장품 점포 사정을 외면한 채 독립사업자인 방문판매원을 빼내 다른 점포로 이동시킨 혐의로 기소된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전직 임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종복 판사는 2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모레퍼시픽 법인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특약점 소속 판매원을 임의로 다른 점포에 보내도록 지시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모레퍼시픽 이모(53) 전 상무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이모(54) 전 상무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거래 상대방에게 상당한 손해와 고통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대기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생계가 직결되는 상대방으로서는 굉장한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오랜 기간 벌어진 모든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이씨 등이 범행을 반성하는 점, 개인적 이득을 위해 범행한 것이 아닌 점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2013년 설화수 등 회사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방판특약점 총 187곳에서 방문판매원 3686명을 다른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 영업소로 재배정했다.

이같은 방문판매원 빼내기는 실적이 우수한 판매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판매원과 특약점 사이의 계약에 개입할 수 없는데도 아모레퍼시픽은 사업상 '갑'의 위치를 이용해 판매원을 강제 이동시킨 것이다.

관련기사

• 외국인 코스피에서 8개월 연속 순매수 '7년 만에 최장'
• 코웨이 김동현 대표 20일 전격사임...신임대표에 이해선

공정거래법은 회사가 지위를 이용해 독립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방판특약점 소속 판매원을 해당 점포의 뜻과 달리 다른 영업소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숙련된 판매원을 뺏긴 187개 점포의 1년 매출 하락액은 중소기업청 산정 726억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