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업계 전반적으로 재난 대비 매뉴얼은 있었지만 지진 등 유형별로 특화된 매뉴얼이 미비했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부실한 지진 대응과 안일한 상황 대처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자체적인 재난대응시스템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산업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더 큰 피해 가능성이 상존하는 터라 기업 관계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진 대처 매뉴얼'을 제작하기로 했다. 기존 매뉴얼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에 맞게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특별한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았지만 지진 등 천재지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화학 등 지진 이후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기존 설계단계에서부터 지진 등에 대비한 만큼 크게 우려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혹여 모를 상황에 대비,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여수나 대산 등 석유화학 단지들은 폭발위험이 높은 제품들을 생산하는 만큼 건설 당시부터 지진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다"며 "석유화학 플랜트 라이센스의 상당수를 보유한 일본의 내진 기술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환경안전팀 등 관련부서는 추가 지진과 그로 인한 피해예방을 위해 상시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울산CLX(콤플렉스)의 경우 우리나라 내진설계기준이 수립되기 이전부터 미국의 설계기준인 ANSI와 UBC를 적용, 내진설계를 수행했다"며 "만약 설비에 크렉이 발생했을 경우 화재나 폭발, 유독물질 유출 등의 우려가 큰 만큼 각 상황별 비상대응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항공업계는 비상상황 발생시 이를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대비 법규와 지침, 재난사태 유형별 조치절차 및 개인별 행동요령 등을 수록한 재난사태 대응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 삼성전자는 화재, 지진 등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확보를 위해 년 2회 전 임직원 대상으로 대피훈련 및 응급조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FAB 별로 소방, 정전, 자연재해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안전 훈련 및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공장 역시 내진 설계를 이룬만큼 지진상황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통업계 일부는 지진에 따른 위기 대응 매뉴얼은 물론 행동숙지 요령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쇼핑몰·백화점·마트 등에서 지진 등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일부는 형식에 그친 구식 매뉴얼이어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유통기업들은 지진 발생시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지진 발생 이후 피해상황을 파악하는데 그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진 발생시 정부 등으로부터 정확한 상황을 즉시 전달해주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 자체적으로 관련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숙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