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뮤지컬 ‘킹키부츠’를 보면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참가작이었던 ‘금발이 너무해’가 연상된다. 킹키부츠의 배경이 영국이고 금발이 너무해의 배경이 미국인 점은 다르지만, 이미 브로드웨이를 매료시켰던 두 작품의 역동성과 화려함은 매우 닮아 있다.
킹키부츠는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유쾌 발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세상의 편견에 용감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맞서는 롤라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담고 있다.
작품의 주제와 별개로 킹키부츠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데 모든 사활을 건 듯하다. 출연진 전원이 합창하는 ‘함께 외쳐봐'(Everybody Say Yeah!)와 ‘레이즈 유 업/저스트 비'(Raise you up/Just Be)는 공연 곡 중 가장 신나는 곡이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이 두 곡을 부를 때 가장 뜨거웠다.
공연 곡들의 흥겨운 멜로디는 신디 로퍼의 손끝에서 나왔다. 살아있는 전설의 팝 여왕이자 1980년대 핫 아이콘으로 유일한 마돈나의 라이벌이었던 로퍼는 킹키부츠를 통해 첫 뮤지컬 작사 작곡을 시작했다.
배우 정성화의 캐스팅 역시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롤라 역을 맡아 시종일관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여장 남자의 캐릭터를 연기한 정성화는 재치넘치는 대사와 훌륭한 가창력으로 관객의 박수갈채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롤라의 여장 남자 친구들인 엔젤들도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공연 중간마다 다 같이 등장해 다부진 몸매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여성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번씩 관객석으로 돌진하는 장면도 주요 관람 포인트다.
찰리 역을 맡은 이지훈의 캐스팅도 적절했다. 많이 튀지 않으면서도 무난하게 제 역할을 해낸 이지훈이 있었기에 정성화의 강한 캐릭터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공연 중간 등장인물의 이름을 헛갈리는 실수가 있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공연이다. 이야기의 구성은 탄탄하고, 그 속에 녹아든 주제 의식도 명확했다. 관객의 기분을 고조시켜주는 음악은 훌륭했고, 배우들의 가창력과 무대 매너도 공연장 분위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공연은 11월13일까지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