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전략 분석가인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샤프전자의 경영 실패의 원인으로 △자사 자금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위라고 여긴 점 △저비용 제조전문 서비스산업(EMS) 대두로 작동하지 않는 수직통합 모델 △텔레비전(TV)수요 예측 실패 등 3가지를 들었다.
먼저, ‘자금조달의 우위성’은 공개된 재무 정보만 봐도 우열을 파악할 수 있었던 만큼 샤프 경영진이 무리한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산업구조의 전환점을 읽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샤프 경영진들은 과거 브라운관(CRT) TV 시절 겪은 트라우마에 묶여 회사 기술력만 과신했다.
그렇다면, 샤프를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이 인수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홍하이의 매출은 일본 엔화로 환산했을 때, 2002년 1조 엔대에 머물렀다가 2007년 6조 엔에서 2012년 10조 엔을 넘어선 뒤 2015년에는 17조 엔을 돌파하며 거대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매출이 28조 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10년간 홍하이의 성장이 얼마나 빨랐는지 이해할 수 있다.
홍하이의 순이익률은 7%, 영업이익률은 4% 수준이다. ‘제조전문 서비스산업(EMS)’ 기업이기 때문에 높은 이익률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통설에도 불구하고 홍하이의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다만, 홍하이를 비롯한 전자업계 경영자들은 홍하이의 실적이 “만일의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여겼다.
홍하이는 다른 EMS 기업들에 비해 매출액이 확대되면서 이익률이 저하되는 상황은 서서히 진행됐다. 그러나 숙련된 노동력 확보와 생산 공정 자동화를 필사적으로 추진하고 주요 대기업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생산 능력을 갖추면서 품질 보증 능력을 습득했음에도 그 부가가치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탁업체의 한계인 발주업체들의 공급가격 인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홍하이가 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자체 연구개발 자원을 갖고 브랜드 상품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40% 내외의 이익률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예외로 하더라도,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도시바와 샤프의 이익률은 20%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홍하이는 자사 자금을 활용해 샤프의 연구개발 자원과 브랜드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수익성을 개선 방안으로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샤프를 손에 넣음으로써 단점으로 지적됐던 브랜드 경쟁력을 일시에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하이에 편입된 샤프가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있는 것이 과거 외국 기업에 매각한 유럽과 미국의 TV 사업권을 되찾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에 따르면 샤프는 9월부터 담당자를 파견해 재매입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 사업은 2014년 슬로바키아 TV 메이커에 매각했던 유럽 TV 사업과 올해 1월 중국 가전 메이커 하이센스(海信集団)에 매각한 북미 TV 사업이다.
샤프는 당시 채산성이 악화되자 유럽과 미국에서의 TV 생산 및 판매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는 액정 TV인 ‘아쿠오스(AQUOS)’ 브랜드를 TV 사업을 넘긴 기업에 빌려주는 라이선스 사업만 하고 있다.
한편, 샤프는 TV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 세계에 포진하고 있는 홍하이의 판매망과 부품 공동조달망 등을 활용해 생산·마케팅 원가를 절감하면 TV사업에서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3일 취임한 다이정우(戴正呉) 신임 샤프 사장도 해외사업 재확충을 중요한 경영 재건 방안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다이정우 사장은 우선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아쿠오스’ 브랜드를 사들여 유럽과 미국시장 복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수량기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5.4%로 1분기보다 1.2%포인트 올라갔다. 일본 업체 점유율도 지난 분기보다 1%포인트 상승한 13.7%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을 바짝 뒤쫓던 중국 업체들의 2분기 점유율은 28.9%로 전 분기(31.4%)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샤프 인수를 통해 수탁업체에서 브랜드 업체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홍하이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전망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TV 시장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