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선박 하역률 20% 불과…정부-한진그룹, ‘치킨게임’에 물류대란 ‘골든타임’ 놓쳤다

2016-09-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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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등 해외 선사들만 이익…전문가들 입장도 엇갈려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해운 자금 지원을 놓고 정부와 한진그룹이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물류대란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바다 위에 떠 있는 선박들의 하역 비용은 한진그룹에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주장하고 반면에 한진그룹의 자금 지원마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해운업계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3일까지 400억원의 사재출연을 이행할 계획이다.

당초 사재출연과 함께 약속했던 600억원의 지원은 배임 문제로 사내이사들이 반발하면서 기약이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담보 취득 후 승인’이라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까지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이다. 국내 항만에 10척, 중국, 베트남, 중동 등 해외 항만에 10척이 하역을 마쳤다.

전 세계적으로 컨테이너 1개당 하역 비용은 300~450달러(약 33만~50만원) 선이라고 봤을 때 400억원은 컨테이너 8만~12만개 정도를 내릴 수 있는 금액이다.

여전히 24만개에서 30만개의 컨테이너는 배 위에 남게 된다. 결국 남은 컨테이너를 하역하려면 정부나 한진그룹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주체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대주주의 무한 책임과 그에 따른 조 회장 일가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에 대해 대주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좌담회에 토론자로 나서 “대주주에 대한 사재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 넘어선 초법적 요구”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또 사재출연 요구는 법정관리의 본질에도 반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정관리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인데, 이미 자기 손을 떠난 회사를 대주주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은 어느정도 진 것 아니냐”면서 “여기에 더해 공개회사인 대한항공이 대주주라 해서 유한책임의 범위를 넘어서는 출연을 강제하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운업은 해양물류를 넘어서 외교·안보, 신해양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확장성이 있는 산업으로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이런 산업을 여러 가지 산업 중 하나로 취급해 금융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해 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오늘날 물류대란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진해운 사태로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해외 선사들의 반사이익만 늘어나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 라인은 한진해운이 붕괴하면 단기적으로 운임료가 오르고 신규 고객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7일 머스크 라인은 한진해운의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아시아-미국 서부를 잇는 신규노선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붕괴 이후 운임료가 오르면 머스크의 올해 순익은 약 7억6000만 달러(약 8406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머스크라인의 클라우스 루드 세링 동서부 네트워크 본부장은 “우리 쪽으로 오겠다는 고객들은 안정적인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고객들은 우리가 재정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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