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물류대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한진해운 자금 지원 문제는 정부와 한진해운의 '책임공방' 등 조속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지지부진한 '네 탓 공방'으로 지난 8월,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류대란이 장기화된다면 이달 말부터 선적이 예정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이후 대규모 세일시즌)를 시작으로 한 연말연시 특수를 놓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또 한진해운을 이용하던 대기화물의 운송 지원을 위한 대체선박 투입도 지속한다. 물류대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화물을 운송하지 못하게 된 화주들의 요청에 따라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4척을 미주 노선에 긴급 투입했다.
지난 9일 첫 번째 대체 선박인 '현대 포워드'가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출발, 20일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대 포워드의 선적 예약률은 96%로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3700개가 실렸다.
두번째 대체 선박인 '현대 플래티넘' 역시 오는 15일 부산을 출발해 광양을 거쳐 26일쯤 LA에 도착한다.
정부는 "유럽 노선은 다음 주 중 현대상선이 대체선박 9척을, 동남아 항로에는 다른 국적선사가 추가로 9척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수출입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국적선사의 도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머스크, MSC 등 외국선사의 선박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머스크와 MSC는 각각 컨테이너선 6척씩을 투입, 부산을 기항하는 태평양항로를 추가로 개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 TF 팀장을 맡은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수출입 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해야 하는 측면과 가능한 한 국적선사가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해야 하는 측면을 모두 고려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정부와 한진그룹이 물류대란을 해결할 자금 지원에 대한 줄다리기에다 이제는 책임공방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한진해운에 화주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배에 화물을 실었다"고 한진해운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측은 "해양수산부와 채권단의 정보 요청에는 대부분 다 협조했다"며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운송정보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책임공방을 벌이는 사이 차질을 빚은 수출액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한 수출이 곧바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출차질액은 약 1억1100만 달러(1220억원)에 피해 건수는 258건(256개사)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4000만 달러를 넘어선 수출차질액은 7일 7000만 달러, 8일 1억 달러로 매일 3000만 달러가량 늘었다.
화주협의회는 "정부, 채권단, 한진해운, 한진그룹이 대승적, 전향적 차원에서 수출물류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 수출업계 지원과 무역 정상화를 위해 근본적이고도 실효성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