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이 문제’…정부·한진그룹 더딘 지원에 한진해운 물류대란 장기화

2016-09-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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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오더 불구 하역비 문제 미해결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그룹의 지원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 발효로 미국에 있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항구에 들어가 짐을 내릴 수 있게 됐지만 하역비 문제로 고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일 정부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한진 보스턴호·한진 정일호·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4척이 차례로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한다.

이는 미국 법원이 전날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 신청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스테이오더 발효로 한진해운 선박은 채권자로부터 압류당할 우려 없이 미국 항만에 정박해 화물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선박 4척의 하역비 용도로 미국 은행 계좌에 1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이다. 국내 항만에 10척, 중국·베트남·중동 등 해외항만에 10척이 하역을 완료했다.

나머지 선박 77척은 부산(광양·36척), 싱가포르(21척), 미국 롱비치(5척)·시애틀(3척)·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 거점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다.

이 중 국내 항만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할 36척을 제외하면, 선적화물의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총 41척이다.

한진해운 배들은 미국을 비롯해 스테이오더가 발효된 일본, 영국 항만에도 압류 우려 없이 입항할 수 있다.

문제는 하역 협상을 완료한 미국 내 4척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들에 대한 하역비다.

이들 선박에서 짐을 모두 내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도하는 법원은 물류대란 사태를 풀려면 이 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채권단에 신규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주주로서 책임을 이행하겠다며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 대한항공이 60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600억원을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설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배임 소지 등을 이유로 담보부터 취득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당장 자금을 투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원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된다. 만약 전부 동의한다 해도 담보를 설정해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물류대란을 조기에 수습할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도 13일은 돼야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그룹 주요계열사인 한진칼 17.81%, 대한항공 0.01%, ㈜한진 6.87%, 정석기업 20.34%(올해 6월 8일 기준)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주식은 시세로 따지면 2000여억원이 넘는 만큼 사재출연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스테이오더가 승인되면서 한숨 돌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하역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물류대란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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